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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리운 친구

by 봉수니

《여전히 그리운 친구》

정말 힘들었던 날이었다.

세상에 나만 홀로 남겨진 것 같고,

감정은 조용히 가라앉아 어디로도 흐르지 못했다.


나는 창가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유난히 밝았던 달빛이

눈가에 고인 슬픔을 들키듯,

조용히 마음을 건드렸다.


그때,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내 곁에 조용히 앉은 작은 존재.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그 아이는

나의 손을 조심스럽게 핥아주었다.

마치 말하듯이.


슬퍼하지 마.

괜찮을 거야.

곧 지나갈 거야.


말하지 않아도

그 온기는

어떤 위로보다 깊은 말을 전해주었다.


겨울이 머문 공기 속에서도,

그 작은 체온은 놀랍도록 따뜻했다.

나는 그 순간,

세상의 어떤 말보다 완전한 사랑을 느꼈다.


이제는 그 사랑을 느낄 순 없겠지만,

그날의 온기와 눈빛,

함께 머물렀던 공간은

아직도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을

한 조각의 풍경처럼 꺼내어

조용히 되새긴다.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더 조용하고 더 따뜻한 방식으로

지금도 나를 지켜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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