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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서방님 배고프다고!!

1. 환할줄 알고 호주에 왔는데 먹고 살길이 없네??

by 휴리네

"우리 내일 골드코스트 올라가야 하는데 아이고 시간 없다~"

아이고, 집 좀 치우자. 난리 났네~ 내가 얼른 치울게! 얼른 버닝스 가서 사 와야겠어. 아이고, 바쁘다 바빠.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집을 치우고 있다. 숙취도 전혀 없어 보이고 그렇게 상쾌해 보일 수가 없다.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제 경찰들 왔었던 건 알아? 우리 이제 어떻게 해? 이거 다 어떻게 고쳐?"


"괜찮아, 괜찮아. 다 할 수 있어. 골드코스트 가려면 얼른 해야겠다. 너 어제 잠 못 잤지? 좀 자, 누워. 내가 다 할게."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실 웃으면서 대화를 계속 피한다. 진짜 기운이 하나도 없다. 한숨 잘 수밖에 없었다. 자고 일어나서 해장하러 가자며 끌고 나간다. 월남국수 먹고 버닝스에서 수건걸이도 사 오자며 나를 끌고 나간다.


차에서 얘기를 했다.


"도대체 무슨 전화를 받고 그랬냐고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얘기를 해보라고. 나 정말 한국 돌아가고 싶다고. 너무 무섭다고."


이제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진짜 억울해. 큰형이 갑자기 자기는 골드코스트 못 간다고 했어. 그래서 어머니도 3형제한테 전부 투자해 주는 거 아니니까 비즈니스도 투자 못해준다고 했어. 우리 골드코스트 올라가면 다시 다 시작해야 한다고. 진짜 황당해. 이게 뭐냐고."


난리 난리를 친다. 그래, 이 일도 참 어이없고 황당하다. 그런데 도대체 화가 난다고 그렇게 행동하냐고. 나는 "너무 무섭다고. 경찰이 얼마나 많이 왔었는지 알아? 내 얼굴 붙들고 얘기했어. 눈만 깜빡이면 다 잡아간다고. 근데 오빠 친구 잡아가면 끝장날까 봐 안 깜빡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으아아아앙.


참았던 눈물이 북받쳐 흐른다.


"나 보고는 잘하라면서 그 와중에 오빠는 운전면허증 테이블에 던지고 경찰이 한 번만 봐준다고 했어. 내가 얼마나 심장이 졸이고 무서웠는지 아냐고!"


그 얘기를 듣더니 무거웠던 분위기는 들어다가 창밖으로 던져버리며 푸하하 하하하 하고 웃는다. 황당했다.


"내가 그랬어? 미쳤네. 나 역시 또라이 맞네. 아, 진짜 웃긴다."


하며 어제 새벽까지 뒤처리를 도와주던 친구한테 전화를 한다.

"어제 내가 그랬다며? 역시 나는 미친놈 맞다." 깔깔거리며 통화한다. 통화 너머로

"제수씨 괜찮냐면서 어제 엄청 놀랐을 텐데 도망갈까 봐 새벽에 난리 났었던 거 알기나 하냐"면서 정신 차리라고 막 욕을 퍼붓는 소리가 들린다. 더 크게 웃으며 낄낄대면서

"얘는 나 없으면 안 된다면서 절대로 도망 못 간다"면서 내 손을 꽉 잡는다. 손을 뿌리치며 전화기를 끊어버렸다.


"지금 장난칠 때야? 웃음이 나와? 나 진짜 한국 가고 싶어. 너무 무섭고 이상해. 이게 뭐야…"


절대 기가 죽지 않는다.

"그럼 억울한데 어떻게 하냐고. 나도 진짜 억울하다고. 아무 일도 없었잖아~"


괜찮다면서 내 별명을 부르며


"화 풀어. 별일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래! 우리 뽁뽁이 배고프지? 서방님 배고프다니까!! 얼른 배고프니까 밥 먹자! 우리 내일 골드코스트 올라가야 하는데 아이고 시간 없다~"

밥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면서 밥 먹고 다시 얘기하자 한다.


구렁이가 담을 이렇게 넘어가는구나. 진짜 법정 앞에선 범죄자가 있는 담에서 미래지향적인 사업가가 있는 담으로 스르륵 넘어가 버렸다.


'별일이 아닌데 내가 너무 오버했나. 그래.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할 일이 많으니 밥 먹고 미친 듯이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밥 먹고 정신없이 재료를 사다가 화장실 고치고 짐 싸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다음 날 새벽에 이삿짐센터에 짐 다 보내고 본드 청소도 당일 날 모두 끝내고 진짜 떠난다. 훌쩍 새로운 곳으로.


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나를 도와줬던 언니 오빠 친구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나하나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하고 얼른 돈 많이 벌어서 돌아올게 기다리고 있어 했다.


그런데 투자받아서 제대로 비즈니스 하기로 했는데 이걸 어쩌지. 근데 우리 가서 뭐 먹고살아? 뭐 우선 엄마가 준 돈도 있고 하니까 괜찮겠지?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면서 나 있는데 뭐가 문제야? 가서 뭐든 하면 돼!


차를 타고 올라오는데 점점 깜깜해진다. 뭔가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 화장실도 갈 겸 차를 세웠다. 남편 전화로 전화가 미친 듯이 온다.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남편의 친구가 오늘 또 술을 많이 마시고 운전까지 했단다. 지금 차 버리고 도망갔다고 한다. 뭐라고? 경찰이 추격 중이라고 헬기도 뜨고 난리 났다고 어떻게 하냐고.


진짜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 오빠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참고 노력했던 이틀 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이게 뭐야 말도 안 돼. 그래서 지금 잡혔대? 왜 그랬대! 아직 모른다고 지금 도망갔다고. 정말 너무 속이 상했다.


그 순간 식당 모서리 천장에 있는 TV에서 뉴스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정말 영화처럼 빨간색 자막과 함께 집행유예로 풀려난 동양인 남자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도주 중에 잡혔다는 내용이 나왔다. 헬기가 하이라이트로 비추고 나무 옆에 주차된 차 밑으로 숨어있던 동양인 남자가 끌려 나오는 장면이 나왔다.


정말 충격적이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게 뭐야… 이렇게 될 거였어…


너무 우울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까만 도로를 달리고 달렸다. 그리고 둘째 아주버님이 구해두신 작은 유닛에 도착했다. 새벽에 도착했는데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짐까지 대충 다 받아 넣어주시고 열쇠를 전해주신다며 기다리고 계셨다.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만 하고 돌아가셨다.


작은 유닛은 너무 깜깜했다. 너무 피곤해서 몸을 눕혔지만 잠이 들지 않는다.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고 눈을 감아도 까만 그림자가 움직인다.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 뭔가가 너무 답답했다. 이제 아침이 밝아온다. 아주버님이랑 형님이 음식을 잔뜩 싸들고 아침을 먹으러 왔다. 우와, 이렇게 살뜰히 챙겨주시고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집이 너무 춥고 우울하다. 별로 재미있지가 않았다. 계속 졸렸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안 먹고 계속 잠만 잤다. 며칠이 흘렀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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