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면 당신의 쇼

by Yu다움
내 삶이 진짜인지 묻는 질문이 시작된다



서른 살이 된 어느 날, 트루먼은 자신의 일상에서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다. 가족, 친구, 회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진다. 멀쩡한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고, 죽었다고 생각한 아버지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사랑하는 아내와 친구도 한낱 연기자에 불과했고, 30년간의 인생은 모두 '페이크(Fake)'였다. 자신이 했던 모든 결정들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트루먼은 모든 것이 '쇼'인 세상에서 진짜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다.


1998년 영화 『트루먼쇼』의 이야기다. 20년도 더 된 작품인데 볼 때마다 여전히 새롭고 낯설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내린 많은 결정들이 온전히 자기 판단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삶의 대부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의 기대, 사회적 기준, 그리고 익숙한 습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나답게 살고 있나?”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멈칫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내가 선택한 이 길이 과연 나의 의지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기대와 사회의 틀에 맞춰진 결과일까. 예전에 나는 부모님 말씀대로 안정적인 직장을 택했다. 안전한 길이 최고라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진짜 원했던 건 자유롭게 도전하는 삶이었다. 그때의 나는 트루먼처럼, 누군가 짜놓은 시나리오를 따라 걷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때론, 아니 생각보다 더 빈번하게 정교한 시스템 속에 갇힌다. 특히 아래의 3가지가 얽힐 때 우리는 의사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의사결정 시 나 아닌 다른 사람 혹은 사회적 시스템이 개입될 때

- 개입된 사람 혹은 시스템이 나와 상충되는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

-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할 때



낯선 골목의 카페. 진짜 행복은 공짜 같은 화려함 뒤에 숨어 있다.


이를테면 여행을 떠났던 때를 생각해보자. SNS에서 본 완벽한 풍경 사진에 끌려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그곳은 내게 맞지 않는 공간이었다. 내가 원했던 건 화려한 사진이 아니라, 낯선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은 카페의 따뜻함이었다. 나는 항상 정보의 반쪽만 쥐고 있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진정 나의 선택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심어놓은 기준과 시선에 따라 선택된 결과물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나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게 만들지만, 실상은 다른 사람의 목적이 개입되어 있고, 언제나 나는 덜 알고 있는 쪽에 서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존재할 때, 우리는 우리만의 ‘트루먼쇼’를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중요한 건, 이 쇼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창한 결단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작은 이상함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익숙한 것들에 의문을 품으며, 나 자신의 기준으로 삶을 선택하려는 태도면 충분하다.


내 인생의 트루먼쇼. 이제는 내가 내 삶의 연출자가 되어야 할 때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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