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텐트에 오줌 쌀 뻔 했던 밤

텐트에 오줌 쌀 뻔 했던 밤

by 할매


여행 초기 땅바닥에서 잔다는 게 예삿 일이 아니란 걸 느낀 우리 부부. 공원 내의 어르신들 게이트 볼장 옆에 놓인 평상 위에 텐트를 쳤지. 그리곤 술 기운에 톡 떨어져 잠이 들었는데, 휴가 나온 군인들인지 의경들인지 각기 다른 두 무리의 청년들이 평상 양 옆의 탁자에서 왁자지껄 술판을 벌이는거야.


맥주캔과 술병 따는 소리, 잔 부딪치는 소리, 대화 말미마다 달려나오는 욕지거리, 점점 커지는 목소리, 꼬부라지는 혓바닥 소리. 왁자지껄 껄렁껄렁~ 오메메~ 잠자리 잘못 잡았다~ 싶은데,


정작 기 막힌 것은 내가 여성인지라 남자들보다 요로가 짧다는 것.

깜빡잠 자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 나는 슬슬 오줌이 마렵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미치겠더라구.

어지간하면 으릉드릉~ 코 곯며 잘 판인 산적도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는지 쥐죽은 듯 숨소리를 낮추고 있고.


한번 생각해보자구~ 알딸딸하게 술 취한 분기탱천 젊은 녀석들에게 망구가 망구로 보이겠는지~

비록 늙어 빠진 할매일지라도~ 나뭇꾼과 선녀의 나뭇꾼이 안될 놈 없잖아~ 근데 내가 짜잔~하고 나타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불허인 상황. 상황이 상황인지라 오줌 참느라 오금이 저리다 못해 사지가 마비될 지경. 조금만 뒤척여도 요실증 걸린 사람 마냥 찔끔찔끔 소변이 새어 나왔지.


워메~ 미치긋네~ 시끄러운 소리에 정신 사나워 죽겠다~던, 순천 아지매는 악기 연주소리라도 됐지 난 이게 뭐야~ 빵빵해진 돼지 오줌보의 상황은 1초가 여삼추 같기만 했어.


견디다 못한 내가 산적 귀에 대고 오줌 마렵다 했더니 일언지하에 "참아!!!" 하더라구.

내 딴에도 참아야 된다는 생각에 견디고 참아내느라 정신빨이고 뭐고 초주검 상태.

그 상태로 1시간, 2시간, 3시간,,, 자정이 넘자 한 팀 먼저 떠나고 아쉬운 듯 긴 꼬리 여운을 남기며 다른 팀의 발자국 소리도 멀어져 갔지.


초주검 상태에서 이틀간 나올 것 같은 가늘고 기나긴 오줌을 누고 겨우겨우 되살아나 기진맥진 다시 잠자려는데 이거야 원~

텐트 친 평상과 컨테이너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철로에서 무슨 기차가 그리도 오고가는지.

우룽~두룽~코콰쾅~~ 굉음과 함께 지축을 뒤흔들며 거의 5분 간격으로 쉬지 않고 기차가 지나가잖여~

졸다 깨다 하는 가운데 시간은 새벽으로 내달아치는데 왜 그리도 등짝이 시린지원~ 워메워메~ 추워 죽겄네~


날 밝히며 생각해보니, 산적이 누적되는 피로에 지쳤던지 귀찮이즘에 빠졌는지 그날 따라 텐트 프라이를 안 쳤지 뭐야. 평상 위에 얼멍얼멍한 검은 차광막이 쳐져있다는 이유 하나만 믿고. 에효~ 내 팔짜야~

정신 사나운 건 둘째 문제치고, 어제밤엔 귀신한테 잡혀먹힐 뻔 했는데 오늘은 오줌 귀신 될 뻔 한데다, 초가실 추위로 뻔데기 귀신 될 판이로고~


호호호~ 그래도 아침엔 웃는 낯짝으로 깨어나얄 것 아녀~ 삼척동자도 다 아는 호호하하 아짐씨가 말여~

씩씩하게 깨어났지 뭐~ 그리곤 또 더럽게 무거운 배낭 걸머지고 씩씩하게 걸었지. 짙은 안개 속으로.

동대구행 열차 타러.


마누라가 뒤에 따라오는지 마는지 무전여행 기간 내내 단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던 울 산적.

그 뒤를 뭐가 그리 좋다고 쫄랑쫄랑 따라가는지 소갈머리 하나 없는 이 촌년, 따라가면서 생각을 했지.

우리는 왕오천축국전에 나오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같다고.

누가 삼장법사요 손오공인지 나도 헷갈리노라고~ 허허허~


하여 도착한 동대구 역전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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