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부르조아 거지

부르조아 거지

by 할매


잤던 곳이 공동묘지 앞일 줄이야~~

어쩐지 꿈자리가 뒤숭숭했어. 산적은 커다란 악어에게 물리는 꿈을 꾸느라 텐트도 걷어차 버릴 정도로 몸부림 치는 잠뜻을 해댔고, 나는 나대로 웬 고약한 인상의 여인이 서너살 쯤 되어보이는 알몸의 사내아이를 어찌나 못살게 학대하던지 여인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내 품에 꼭 안아주며 토닥거려주는 꿈을 꾸었다니깐. 나~ 참~ 어쩐지 거하게 얻어 먹는다 싶었어.


어쨌거나, 이틀 밤을 머물렀던 밀양을 떠나려고 또 걸었어. 청도로 튀려고.

그날은 돈이 좀 모이려고 그랬는지 잔 곳에서 한30분 걸어 삼거리에 다다랐는데, '청도' 라고 쓰인 밀짚 모자를 들고 있자, 어느 부인이 우리를 유심히 보더니 다가오더라구. 그리곤 TV에서 봤노라며 차비로 쓰라고 만원짜리 지폐 한장을 주시는거야. 아침은 먹었느냐며 식전이라면 자기집에 가서 식사 하고 가시라고 명함을 주시는데 '*우산방' 이더라구. 귀촌하여 살고 있다는.

그래 생각지도 않은 노잣돈을 얻어 들고 밀양역으로 향했지. 거기서도 역전 앞 연주로 운좋게 3만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니깐. 낄낄~


하여 가게 된 청도역. 깨끗이 단장된 청도 역전 앞에 웬 고물고물한 유치원 조무래기들이 소풍 나와 있었어. 때 마침 점심 시간. 장난끼 발동한 산적이 애들 앞에서 느닷없이 삼뽀냐 한곡을 부는거야.

그것도 '천년바위'를. 한곡 뽑고 난 울 산적, "누가 아저씨에게 김밥 하나 줄 사람~" 하고 말하자, 조무래기들이 서로서로 손을 번쩍 들며 "저요~저요~" 하는 거 있지. 그래 김밥 하나를 얻어 먹고 돌아온 산적, "에이~ 하나 밖에 못 얻어 먹었다~ 더 얻어 먹을 수도 있었는데~" 라며.

유치원 선생님이 애들을 제지시켰대. 시커먼 산적에게 김밥 다 뺏길 거 같은 위기 의식을 느꼈나봐. 하하~


그래 여차저차 어느 성당에서 야숙 간청 거절 당하고 밥도 못 얻어먹고 재래시장의 어느 문 닫은 가게 앞 시멘트 바닥에서 라면 끓여 점심을 때웠지. 근처 채소 가게에서 김치 먹고 싶어 죽겠노라며 김치 한쪽 얻어다. 헤헤헤~ 지나가던 남자분들이 부럽다 하더라구. 길거리에 퍼질러앉아 라면 먹는 모습이 너무 천연덕스러웠나봐. 궁색의 경지를 넘어섰나보지뭐~ 헐헐~


그리고 나서 또 땡볕 아래 지랄맞게 걷고 또 걸어 찾아간 어느 절. 변소간 앞에서 하룻밤 야숙하면 안되겠느냐는 산적의 정중한 요청에도 보기좋게 거절하드라구. 한두번 거절당했나~ 나는 대뜸 입을 떼었어. "근데 여기 떡절이라던데 떡은 안줘요?" 라며 떡 화두 던지듯 툭~


그러자 영양가 없이 생긴 발바리새끼 한마리 털 손질해주고있던 보살님과 처사님이 공양 보살에게 떡 두덩이 주라고 지시를 내리드라구. 우리는 발바리 새끼에게서 눈도 떼지 않고 말하던 보살님의 크나큰 자비심의 떡 중 한개를 돌려드리고 대신 김치 한쪽만 달래서 또 촐래촐래 걸었지 뭐. 잘 곳을 찾아.


그날 역시 빌어먹게 더운 햇빛 아래 근 2시간은 족히 걸었을 거구먼.

헌데 사람 인연이란 참 묘해~ 돌고돌아 도착하여 어두워지면 하룻밤 신세지려고 작정한 곳, 조그만 공원 어느 벤치에 앉아 있는데 그날따라 남편 출장길에 따라 나왔다던 어느 예쁜 부인이 나 혼자 앉아 있던 벤치로 다가와 앉더라구. 산적은 똥간에 공자님 만나러 갔고.


그래서 나누게 된 이야기. 무전여행 어쩌고 저쩌고~ 얘기 듣고 난 부인,

"아~ 그럼 제가 많은 돈은 못 드리지만~" 하며 지갑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주시지 뭐야. 극구 돈 받으려고 그랬던 건 아니라해도 더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산적도, 부인 남편도 합류하고, 떡절에서 얻어 온 떡 하나 쪼개어 나눠먹으며 이야기꽃.


그분들 가시고 나서 돈을 집어 들어 보니 어마나~ 3만원씩이나 주셨지뭐야. 부인이 운영하고 계신다던 식당도 한달 적자가 600만원이나 된다던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우리 이번에 너무 빚 진 거 아닌지 몰러~ 그날 하루 모인 돈 7만 8천원, 하루 일당 8만원 돈이라니~ 이거 분명 프롤레타리아 거지는 아닌데~ 부르조아 거지잖아~ 아~ 기분조아~걀걀~


헌데, 문제는 또 잠자리였지. 고추잠자리는 예쁘기라도 하건만 고놈의 잠자리는. 에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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