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사람
이곳이 바로 약산님의 사람됨과 그 해박한 지식의 태동지로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 400평 남짓한 대지에 펼쳐진 넓다란 마당의 잔디며 한켠에 있던 자그마한 연못에 한가로이 노닐던 잉어들. 고택 마루에 곰방대 길게 물고 앉아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듯한, 당당한 권세 느껴지는 정자관 쓴 대감님의 모습이 보일 듯 말 듯 느껴지던 고풍스런 저택.
고택 도착하기 전에 들렀던 사무실 벽에 걸려 있던 약산님 아버님의 생활 철학이 가훈처럼 담겨 있던 좋은 글귀들. 무엇보다 이곳 저곳의 강의와 문중일로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우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주시던 약산님과 사모님. 우리는 1주일 째의 밤을 고택에서 정말 편히 잘수가 있었지. 특히, 익일 오전 약산님의 배려로 먼 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었던 천성산.
황당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어찌 생각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 원효대사의 전설이 전해내려오던 천성산. 지율스님의 단식 장소로도 알려져 있던.
우리는 고택에서의 편안한 휴식을 감사해 하며 그곳까지 우리를 데리러 오신 뽈뽈이 스님의 차로 8일 째의 잠자리를 찾아 이동했어. 비 소식이 있었거든. 통영에서의 새벽 비바람에 혼쭐났던 터라 노숙은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 우리들 년식도 년식이고. 꽤나 중후해서~ 쿠쿠~
하여 가게 된 울주군. 뽈뽈이 스님의 보시로 잘 곳 찾아가다 들렀던 용암사. 여차저차 우리의 얘기를 들으신 그곳 주지스님께서 기꺼이 하사해주시던 노란 지폐 한장. 고마움과 함께 선선히 받아들고 다다른 보삼마을. 국산 영화, '뽕' '씨받이' 촬영지로 유명한.
우리는 그 보삼마을 하늘공원의 새 가옥에서 운 좋게 반기문 씨를 만났지. 엥? 바쁘디 바쁜 반기문 UN사무총장님께서 그곳에 오셨다고?
헤헤헤~ 우리가 아무리 유명인이 됐다고 설마 그러시겠어? 그 새 가옥 주인장님이 영락없이 반기문님을 닮으셨지 뭐야. 쌍둥이처럼~ 웃는 모습이 때 묻지 않은 천진스러움으로 가득 차던 분.
우리는 그곳에서 저녁을 거하게 얻어 먹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뿔싸~ 새벽에 몰아치던 일대 광풍이라니~ 우루루~ 쾅~ 번쩍번쩍~ 섬광이 일며 몰아치던 세찬 비비람. 번개치는 새벽 내내 나는 뽈뽈이 스님과 새집 주인 내외분께 고마움을 느꼈었지. 노숙했더라면 통영의 새벽보다 더 한 꼴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무튼, 새벽녘의 천둥번개로 인해 일찍 잠이 깬 우리는 조반까지 얻어 먹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곳까지 태워다주신 반기문님께 인사드리고 다른 차에 올라탔지. 비번날 우리를 위해 친히 그곳까지 마중나오신 윗가마님의 차였어. 가마님의 승용차에 합승하여 울산 대공원이며 선암저수지, 울산 정자포구며 원자력 발전소,
경주 바닷가까지 신세좋게 구경했지.
가마님 내외분의 특별 배려로 청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전어회 곁들인 점심을 거하게 얻어 먹기도 하며. 거렁뱅이인 주제에 꼬박 이틀 간을 칙사 대접 받은 셈이지. 초반 고생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그러니 젊은이들이여~ 초반 고생 너무 두려워 말어~ 고진감래, 열심히 노력하면 쨍 하고 해뜰 날 분명히 온당께~
어쨌건, 그날 밤은 윗가마님께서 안내해주신 마을 한켠에 있던 작은 원두막에 텐트를 폈어. 원두막 옆을 흐르던 너비, 깊이, 각각 60cm 정도 되는 기성 시멘트 농수로에서 텐트 후라이 한쪽을 가림막 삼아 샤워도 하며. 그러면서 고대 문명사가 왜 강을 끼고 번성했는지 절실히 느꼈더랬지. 동물이건 식물이건 물 없인 살수 없는 존재들이야. 우리 모두 물을 낭비하지는 않는지 늘 살피고 반성해야해. 후세를 위해서라도.
날 밝자 우리는 무전여행 중 꼭 한번은 들러야겠다고 작정한 곳을 가기 위해 서둘러 원두막을 떴지. 배낭 무게는 애초와 변함 없는데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 같아 쓰레기도 살짝 그곳에 놓아두고. 쓰레기 놓아 둔 죗값으로 우리들 먹으라고 주신 배즙 봉지도 함께 놓아두고서.
헌데 이거야 원~ 아침 7시에 출발했는데 또 비가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