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국제선 청사에 나타난 거렁뱅이들

국제선 청사에 나타난...

by 할매


정체되어 있던 승용차 운전자인 어떤 아가씨와 눈이 딱 마주친거야. 불쌍함을 느끼는 듯, 정 깊은 부부애를 본 듯 싶은, 이상야릇한 미묘한 감정이 느껴지던 그 눈동자. 순간 이유도 없이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리잖아. 마치, 물이 가득차 팽팽히 부풀어 있던 비닐팩이 톡 터지듯~


나는 얼른 산적이 마시고 남은 물을 들이켰지. 그리곤 다시 쪼그려앉았는데 아~ 이눔의 눈물이 그치지를 않네. 혀도 깨물어보고 손톱 밑에도 찔러보고 별 짓을 다해도 말여. 이거야 원~ 당최~

슬퍼하거나 울어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는데~ 근 30분 가량을 그렇게 모자 아래 고개 푹 숙이고 눈물 훔치느라 혼났구먼. 1분도 못되는 그 짧은 한번의 눈맞춤으로 내게 눈물의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버렸던 그 아가씨와 난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을까~ 모를 일이야~ 정말로~


근데 재밌는 것은 선 채 삼뽀냐 불던 산적은 내가 계속 졸고 있는 걸로 알았다는 거야. 사실 난 이동 경비 좀 두둑히 챙길 욕심으로 밀짚 모자에 이런 메모지를 써 붙이고 앉아 있었거든.

"걷기에 너무 지쳤어요. 차비 좀..." 이라고.


근데 행인들이 걸어 지나치는 그 짧은 순간에도 곁눈으로 메모를 읽고 지나가는 눈치더라구.

어떤 젊은 여인은 오천원짜리 지폐를 넣어주며 "이제 그만 걸으세요~ 차 타고 다니세요~" 하며 지나가고.

어떤 총각은 두어 번 내 앞을 지나치더니 만원짜리 지폐를 얼른 넣어주고 도망치듯 가버리더라구.

얼굴도 못 봤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지나가던 할머니 한분이 내 앞에 멈춰서더니 그 메모지를 소리내어 힘들게 한 자 한 자 읽고나서 도저히 안되겠다는 거야. 그러면서 허리춤 꼴마리에 켜켜이 싸 넣어뒀던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한장을 꺼내 주시는거야. 이것 밖에 없노라고. 몇번을 손사래치며 돌려드려도.그 바람에 내 눈물은 더 홍수를 이뤘지뭐야. 나~ 참~


어쨌거나 거기서 거금 3만원이 넘는 돈을 벌어 우리는 거제역으로 향했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러 김해 진영을 가기 위해. 직통 노선이 없다더라구. 그래 일단 김해 공항까지 가서 버스 갈아타려니 하고 이동했지. 김해에 거의 다다르자 산적이 국제선에서 내리자 하더라구.

아니~ 국제선엔 왜 나타났냐고? 흐흐흐~ 꿈은 야무지게 꾸랬다고 기왕 놀 거 국제적으로 놀아야할 거 아녀~ 덕분에 울 산적, 일본인에게 "다바꼬가 히쓰요이데쓰~" 해서 담배도 얻어 피웠고. 크크~


헌데 문제는 국제선 청사에서 산적 마음이 바뀌었다는거야. 어딘가 전화를 하더니 김해 진영이 아닌 양산으로 튀겠다는거야. 내가 너무 지쳐보여 안되겠다며.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눈물바람 한 뒤니 더욱 쳐져보이고 지쳐보였겠지 뭐~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현모양처요 열녀인 이 촌년, 흐흐~ 매사 지아비 뜻에 순종하던 터라 고냥 말없이 따랐지 뭐~ 하여 양산 가는 리무진 버스에 탑승하여 전세 낸 듯 우리 둘만이 오붓이 타고가며 버스 기사님과 이런 저런 세상사 얘기 많이 나눴고먼.


양산 터미널에 도착하여 몇번 버스 타고가면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노라고 친절하게 타는 곳까지 안내해 주시던 고마운 기사님.

덕분에 양산 종갓집 고택에 다다랐는데 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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