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여긴 안돼

by 할매

그러면서 시동까지 끄길래 나는 순간 긴장했어. 쥐새끼 한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새벽녘 해안도로인데다

비바람마저 불고 있잖아. 게다가 나 혼자 있잖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

근데 마침 그때 똥 싸러 갔던 산적이 돌아오더라구. 산적 모습이 보이자 시동을 켜더니 바로 가버리더라구.

집에 돌아온 지금 생각하건대 그래서 여자 혼자랄지 남자 혼자서의 무전여행은 제고 해봐야하지않을까 싶어.


어쨌거나 우리는 비바람 들이치는 그곳에 있을 상황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다시 행장을 꾸려

프라이를 뒤집어 쓰고 또 걷기 시작했어. 불 켜진 곳을 찾아서. 가다보니 훤히 불 밝힌 곳이 있더라구.

산적이 문패를 보며, "에이~여긴 안돼!" 라며 다시 뒤돌아 걷길래 다가가 문패를 봤더니 구치소인거야.

사실 나는 그곳에라도 들어가고 싶었거든. 웬지 색다른 경험을 할 것 같은 생각도 솔곳이 일면서.

어쩔 수 없잖아~ 여필종부라~.나는 또 말없이 산적 뒤를 쫄쫄 따라갔지 뭐.


그러자 또 불 켜진 곳이 나타나 가 보니 새벽기도 준비 중인 자그마한 교회인거야.

문을 두드리고 여차저차 비 좀 피할 수 없느냐 했더니 들어오라하시더라구. 직장 생활을 하는 중년의

남자 집사신데 교회 일을 도우며 투잡 생활을 하신다더라구. 목사님은 본당에서 새벽 기도를 올리고 계신

중이라고. 그래 거기서 비도 피하고 쌀과 김치도 얻었지 뭐.

날이 밝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도 그치고 우리는 정중하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교회를 나와

다시 정자로 걸었어. 아침밥 해 먹으러. 와아~ 쌀밥에 김치라~~ 아주아주 맛나게 아침을 먹는데

지나가시던 아주머니 분들께서 우리를 알아보시는거야. 인간극장에 나온 분들이시라며.


사실 우리가 무전여행 기간 동안 알게 모르게 매스컴의 간접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어.

100번 버스 타고 갔던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도 그랬었지. 산적의 삼뽀냐 소리에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더니만 내가 밀짚모자 구걸통을 놓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더니 실실 피해 가더라구.

근데 어떤 아저씨가 우리를 알아보고 말을 건네며 천원짜리 두장을 주시자 여기저기서 돈이 모이는 거야.

그래 결국 케이블카 왕복 이용료 만팔천원을 벌어 보기좋게 케이블카까지 탔다는 거 아녀~


케이블카 타고 산을 오르려니까 내려오던 케이블카 탑승객들이 우릴 보고 손을 흔들어 주더라구.

매표소 앞에서 우리가 구걸하던 모습을 봤던 분들인데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라는 듯이 훤히 웃으며 환호해 주셨어.


그러게 꿈이란 꿈을 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꿈을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자에게 성공을 안겨주는 법이지. 결국 우리는 461m의 미륵산 정상에서 통영 출신인 소설가, 고 박경리 씨의 묘소도 바라봤고,

정상 못 미친 곳에서 혼자 탁발하시던 예쁜 비구니 스님께서 주신 음료수와 사탕도 얻어들고 내려왔지 뭐야. 젊어보이던 비구니 스님께서 우리를 불러세워 음료수 주며 하시던 말씀,

자기도 무전여행 해 봐서 아신대. 얼굴도 무척 예쁘시던데 스님 다운 면모가 엿보이던 비구니셨지.


어쨌거나, 케이블카 타고 내려와선 점심 먹고있던 관광버스 기사님들 옆에 끼어들어 소주와 홍어찜으로

끼니를 때웠어. 덤으로 홍어찜도 얻고 맥주도 얻고. 거렁뱅이들 배부른 날이었지.

그리고 잘 곳을 찾아 이동. 거제를 향해. 거제에선 어땠냐고?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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