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위기의 순간

by 할매


하늘이 우릴 돕는구나 싶기도 했지. 그곳은 바로 검찰청. 인간지사 5분 뒤의 일도 모른다더니

불과 1분 전만 해도 축 처진 어깨로 어디서 자야할지 막막하기만 했었는데 이런 좋은 곳이 나타날 줄이야~

우리 두 사람은 같은 심정이었지. 서로 말 없는 가운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설마 서슬퍼런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검찰청에선 길바닥에 텐트치고 잘 만큼 벼르고 온 시위대 쯤으로 오인하고 바짝 긴장할테고.

으크크~ 재밌어 죽겠네. 하고.

우리는 가로등 불빛 아래 인도 귀퉁이가 약간 꺾여 휘어지며 불빛이 조금 약한 곳에 보기좋게 텐트치고

잠을 청했지. 잠자리가 바뀌면 숙면을 못 이루는 예민한 체질인 나는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귀를 통해 텐트 밖 동정을 살피곤 했어. 인도를 따라 주욱 걷는 발자국 소리가 아닌, 그냥 다가와 서성이는 발자국 소리가

두어 차례 나더니 조용해지드구먼.


그러면서 잠에 빠져 들었는데 새벽 4시경, 갑자기 웬 소리가 들리는 거야. 후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근데 얼라~ 점점 거세지네~ 경미하게 경사진 보도 블렄 맨바닥에 비닐 깔고 텐트 쳤던지라,

비가 많이 올 경우 그대로 텐트를 덮쳐버릴 위기 상황이었거든. 우리는 안 되겠다 싶어 텐트 프라이 밑에서

행장을 꾸리기 시작했어. 그리곤 찍찍이로 합쳐진 프라이를 쫙 갈라 우비 대용으로 서로 하나씩 휘둘러 감고 걷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뒤돌아봤더니 저녁 10시경 까지도 훤했던 청사는 암흑 천지로 변해 있드구먼.

한군데라도 불이 켜져 있을 법도 하련만. 디지게 쫄았을까~ 헐헐~


아무튼, 히치 하이킹 했던 운전자 분이 야영 가능할 거라며 내려준 곳을 향해 걸었지. 정자가 있었거든.

빗속을 뚫고 걸어 다다른 해안 도로변 정자. 그곳에 다시 텐트 치려고 텐트를 꺼내자 변의를 느낀 산적.

똥 싸러 간다고 도로변 공중 화장실로 가버리네. 홀로 남겨진 나는 혼자라도 텐트를 쳐보려고

밑바닥용 비닐을 펄치는 순간, 엄마야~ 세찬 바닷바람이 빗줄기와 함께 비닐을 날려 버리네.

급히 쫓아가 잡아오며 여기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라, 웬 승용차가 스윽 지나가더니

후진하여 내가 혼자 있던 정자에 헤드라이트를 비추는거야. 정자 안쪽이 훤히 보이도록.


세찬 비바람에 젖어가는 텐트며 배낭 걱정이 앞선 나는 무섭다는 생각은 커녕 젖는 것들을 감싸느라

바쁘기만 한데 오잉? 이젠 헤드라이트를 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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