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분들 꼼짝 안해요

by 할매

신밧드, 톰소여,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저리 가라여~ 막상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상황을 돌파하느라

허둥대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 거제 일화는 여기서 얘기 안할래. 크큭~

아무튼 거제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달콤한 잠에 빠져 들어 있었어. 나흘간이나 잠 다운 잠을 못 잤잖아.

슬슬 피로가 쌓여가고 있었지. 그래도 어쩔껴~ 또 걸어야지.

거제대교 건너 종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고현으로 갔지. 고현시장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어.

우리는 잘 곳부터 찾느라 계속 걸어 갔지만 아마 이심전심이었을거야. 돈 구걸 좀 되겠다 싶은 마음으로.

그래 그 노다지 구걸권을 뒤로 하고 공원을 찾아가는데 어쩜 그리도 먼~ 지.


초행길은 대개 멀게 느껴지잖아. 거제시 외곽을 흐르는 하천을 따라 계속 걸어 다다른 곳.

시 동쪽의 둔덕을 끼고 천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이었지.

우리는 그곳에서 재밌는 일을 겪었어. 이 부분에서 말 안할거라는 말씀~ 메롱~~ㅋㅋ~

그리곤 날이 저물자 기습적으로 텐트를 폈지. 눈 찜~ 해 놓았던 곳에. 그리고 깜빡 잠이 들었는데

사람들이 텐트 밖에서 웅성거리는 거야. "이분들 꼼짝 안해요~" 라는 젊은 청년 목소리가 들리며.

순간 나는 얼른 몸을 뒤척였지. 그러자, "아~ 주무시는구나~" 하는 소리가 나며 조용해지드라구.

아마도 빼꼼히 열려 있던 텐트 출입구로 안을 살펴봤던 공익요원쯤 됐던가봐.

공원엔 불이 훤히 켜져 있었거든. 톡 떨어져 숨도 안 쉬는 듯 단잠에 빠져들었던 터라

우리가 죽어 있는 걸로 착각했을 수도 있지. 관심을 가져 줬다는 자체가 얼마나 고맙던지.

그날 밤은 강렬한 햇빛에 달궈진 아스팔트 비슷한 공원 바닥재로 인해 구들방에서 자는 듯한

등짝 따스함마저 느끼며 잘 잤지.


그리곤 아침 6시도 못 돼 눈을 떴어. 일찍 눈 뜬 이유가 있거든. 우리는 무턱대고 무전여행을 다니지는 않았어. 나름 원칙이 있었거든. 한번 잔 곳에서는 날 밝으면 일단 일찍 뜨자.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실컷 먹자. 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재빨리 씻자.

히치하이킹이 어려울 경우의 이동 경비는 당일 구걸해 쓴다. 구걸은 필수다..... 하는 원칙 몇가지.


거기에 덧붙여 나는 내심 한가지 원칙을 더 세웠어. 흔적을 남기지 말자 라고.

가는 곳마다 주변에 쓰레기가 보이면 치워주며 다녔지. (이 점, 울주 원두막에선 지키지 못했지만~)

내심 깨끗이 머물다 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어. 무전여행자들이 머물다 간 곳엔 쓰레기가 뒹굴지

않는다~ 라는 선례를 남기고 싶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을 닮고 싶었지.

기분 좋은 바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잖아~ 토네이도나 태풍은 인간에게 경각심을 주느라

흉포한 흔적을 남기지만.


어쨌건, 돈 구걸해야 이동 경비가 생기니까, 전날 황금 노다지라 여겼던 고현시장으로 갔어.

구걸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우체국 앞에서 노닥거리다 10시 못 미처 시장통 거리의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 앞에 자릴 잡았지. 어디서나 산적의 삼뽀냐 소리가 울려퍼지면 시선이 일제히

쏠리곤 했어. 마치 피리 부는 소년 뒤에 수많은 쥐떼들이 피리소리를 일제히 따라가듯.


나는 어느 양품점 앞에 구걸통 앞에 놓고 쪼그리고 앉아 시장통 거리를 느긋이 구경했어.

먹고 살기 위해 생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어지러운 발길들이 부산나게 움직이고 있었지.

왕복 4차선 도로가 낀 시장통이었는데 차도인지 인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혼잡했어.

생선 내리는 차, 야채 내리는 차, 고깃덩이 내리는 차 등등 온통 뒤범벅되어.

그러다보니 차량 소통이 원활치 못해 정체되곤 했었지.


헌데 어느 노점상 아저씨께 냉수를 얻어다 땡볕 아래 계속 삼뽀냐 불고있는 산적에게

먼저 물을 마시게 하려는 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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