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네거리 번화가의 연주

by 할매

1시간 넘게 연주해도 누구 하나 천원짜리 한장 안 주는 거 있지. 편평한 분수대에서 물도 솟구치는

번화가 네거리였는데, 가게 주인, 보행자, 차량 운전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산적에게

쏠리기는 한데 정작 보행자들의 발길은 우리를 피해가는 거야.

뙤약볕 아래 계속 연주하고 있는 산적은 지치고 배고파보이기는 하고, 시간은 자꾸 흐르고,

안되겠다 싶은 나는 항고를 들고 밥을 구걸하기 시작했어.


헌데 모두들 줄 점심밥이 없다는거야. 먹다 남은 밥 마저도. 너무나도 매정하고 쌀쌀맞게.

모두들 입맞춤이라도 한듯이. 근데 이상하지? 첫거절 당했을 땐 마음의 동요가 일렁이더니 두번 세번

거듭될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지더라구. 거 참 묘하제~~

몇군데를 돌다 나는 결론을 내렸어. '곳간에서 인심난다' 이곳은 돈이 메마른 곳이로구나~ 하고.

그리곤 산적에게 이동하자고 했지.


구걸 연주하던 네거리에서 바로 히치하이킹을 했어. 그러자 5분도 안되어 어떤 차가 태워주는거야.

고성에 일 보러 왔던 분이래. 30대 중반인 듯한 남자분인데 우리의 이런저런 얘기에 친절하게도

야영 가능할 거라며 통영 바닷가까지 태워다 주시더라구. 얼마나 고맙던지.


좌우지간, 무전(無錢)여행에서는 걷는 게 일이여. 아침에도 걷고 낮에도 걷고 저녁에도 걷고 꿈속에서도

걸어야 해.다리 아파 죽을 지경으로. 흐~ 해안 도로를 죽 따라 걸어가보니 언덕 위에 '** 펜션' 이라는

멋진 집이 보이더라구. 거기까지 또 올라 갔지. 경치 하나는 끝내주더라구. 그 주변엔 번듯하게 지어진

크고 작은 펜션들도 많고. 헌데 웬지 모두들 유령의 집 같았어. 정겹지도 않고. 사람들도 없고.

나는 역시 토종 국산 촌년인가 봐. 흙이 발라져야 정감이 가니 원~


되돌아나와 걷다가 배고파 안되겠다 싶어 길거리 나무 그늘에서 군용 항고에 라면을 끓였어.

쌀은 이미 떨어졌고 내 배낭에 넣어뒀던 라면 두개로.

요즘 아이들, 배고파 본 적 없는 아이들 태반이제? 반찬 투정하는 애들 있으면 아예 굶겨버려~ 한달간~

뒈져버리라고~ 히히히~ 그래야 강해지지.


어쨌거나, 라면 두개로 점심 때우고 걷고 또 걸었어. 정처없이. 그러다 어느 현장사무소 같은 곳이 있길래

문을 두드렸어. 아무 응답이 없는거야. 감시카메라는 있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텐트 프라이 하나

펼쳐놓고 호스로 물을 끌어다 잽싸게 씻었지 뭐.

9월 초의 뙤약볕은 사람 미치게 만드는 성질이 있더라구. 얼마나 후덥지근하게 덥던지.

배낭 메고 걸어봐~ 죽을 맛이지. 근데 거기서 보기좋게 쫓겨 났다는 것. 에라 모르겠다 돈이나 벌자~ 하고

제법 큰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또 연주를 했지. 우리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몇분 계시고.


만몇천원 벌었나~ 더 늦기전에 가로등 불빛 아래 잘 곳을 찾아 걸었지.

걷다보니 훤히 불 밝힌 건물이 있는데 그 앞 도로가 좀 한적하더라구. 정문의 문패를 보고

우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어. 이거 딱이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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