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급을 다투던 잠자리

by 할매

5.화급을 다투던 잠자리


기차 삯이 모자란거야. 그것도 겨우 천원. 아까 구걸한 돈, 만원이면 200원 남는건데.

점심 먹으며 모금함 들고 오신 아저씨께 천원 드려버렸거던. (각설이인 주제에 주제 파악도 못하고. 키키~)

그래 다시 천원 구걸하려고 산적은 역전 앞에서 또 연주를 시작하데~

헌데 내 생각엔 영 아닌거야. 기차 시간도 있는건데~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역전 앞 벤치에 앉아 있는

어느 점잖은 분께 다가갔어. 그리곤 여차저차 사정을 말씀드리고 천원만 주시면 고맙겠노라 했더니,

더 줄수도 있는데 천원만 달라 하니 그러겠노라며 딱 천원짜리 한장만 주시는거야.

(그럴 줄 알았으면 더 달라할껄 후회막심~헤헤~)


그래서 14시25분발, 15시53분착 진주행 열차를 탔지. 언제 봐도 정겨운 우리의 산하.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경치를 감상하며 다다른 진주역. 도착해보니 4시가 다 됐더라구.

내리자마자 울 산적은 똥 부터 싸고. (누가 수컷 아니랄까봐 꼭 영역 표시를 해요 글쎄~)

그리곤 여행 지도를 하나 구해 야영 가능할 성 싶은 곳으로 걷기 시작했어. 햇빛은 따가워 죽겠는데,

배낭은 무거워 죽겠는데, 목적지에 도달해보니 야영할만한 곳이 아닌거야. 젠장 또 걸었지 뭐.


걷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어. 다행히 한 30분 만에 성공했지.

그리곤 여차저차 사정 얘기. 그러자 아마 야영 가능할 거라며 진주 변두리에 있는 강주공원까지

친절히 태워다 주시더라구. 요식업 하신다는 아주머니셨는데 히치 하이킹 하는 사람 있으면 잘 태워 주신대. 얼마나 고맙던지.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생판 낯 모르는 분들이 인간극장에 나오신 분들 아니냐고

대환영인거야. 기념 촬영도 했지 뭐. 덕분에 시원한 냉음료수도 얻어 먹고 답례로 불어드린 삼뽀냐와

하모니카 협주에 사람들이 모이더니 돈도 막 주시는거야. 헌데 중요한 것은 야영 금지라누먼.


그래 어느분께 여쭤서 야영 가능한 곳을 찾아 걷기 시작했지. 아마 6시가 넘었을거야.

조금만 가면 된다더니 이거야 원~ 걸어도 걸어도 안 나타나는거야. 다시 물어 물어 가며 다다라보니

잘 곳이 영 아닌거야. 더군다나, 인가도 없고 차량 통행도 드문데다 도로에 얼쩡거리고 있는

30대 중반인듯한 남자가 영락없는 싸이코 패스같은 분위기였어. 자꾸만 우리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폼이

더욱 더 오싹한 기운까지 느껴지드라구. 할수없이 되돌아 걷다가 마을회관이 보이는 동네에 들어가

사정 얘기를 했지. 그랬더니, 노인회장, 부녀회장 등등 여러 회장님들과 상의해야 된대.

얼마를 받을지도 상의 해봐야하고 어쩌고 저쩌고~ 회관 앞 시멘트 바닥에 텐트 치고 하룻밤 신세지는 문제가, 언제 소집될지도 모를 마을회의에 부쳐질 판이었어. 무전 여행이란 말을 누누이 했건만~


그래도, 궁하면 통한다고 날이 어둑 어둑해져서야 겨우 잘 곳을 찾았지. 기분 째지도록 샤워까지 했고.

근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어마나~그토록 감격해 하며 시원, 통쾌, 상쾌해 했던 샤워물이

논바닥에서 자동 펌프로 끌어 올려 쓰는 흙탕물일줄이야~ 순간 원효대사 이야기가 퍼뜩 생각나더라구.

잠 자다 목이 말라 머리맡에 있던 물을 마셨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해골 바가지 물이었더라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지난 과거지사인걸~


아침 7시도 못 돼 행장 꾸려 다시 이동. 삼천포로. 셋째날도 차를 얻어 타고 한방에 삼천포까지 갔지 뭐야.

하여 가게 된 곳. 남일대 해수욕장.

6. 자동 펌프로 끌어올린 흙탕물.png


keyword
이전 04화4.떠나자 하면 떠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