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주 첫 구걸
오잉? 이유도 모른 채 나도 막 달리기 시작했어. 포레스트 검프처럼. 검프도 영화에서 이유 없이 계속 달렸다고 했잖아~ (실은 떠난 애인 때문에 달리기 시작했으면서)
달리면서 보니까 저기 저 멀리 탑차 한대가 우리가 가고 있던 대로를 향해 샛길을 달려오고 있잖아. 거리를 보아하니 열심히 뛰어야 간신히 얻어 탈 수 있겠더라구. 좌로 우로 요동치며 빨리 달리는걸 훼방 놓는 배낭 짊어지고 신나게 뛰었제. 그리곤 보기좋게 성공했어. (사실 이 탑차 기사님은 산적님이 아시던 분인데 우리 운이 따르려니까 이례적으로 그 시간대에 움직이셨던 것) 하여 도착한 곳, 동복면 소재 모 농장. 내가 말했잖아~ 우린 둘 다 복둥이들이라고. 도착지에서 구걸하지 않고도 쌀과 김치를 얻을줄이야~
말 그대로 무전 여행인지라 먹거리 준비도 일체 안했거든. 구걸해 먹기로 작정했으니까. 이게 웬 떡이냐~ 어째 초반부터 일이 너무 술술 풀리네~ 입이 귀에 걸려 다시 걷기 시작. 얼마나 걸었을까~한참 만에 또 히치 하이킹 모드로 들어섰는데, 우히히 운수대통이다. 이번에 걸린 차는 5톤 트럭. 기사 아저씨 왈, 잘 안 태워주는데 섰노라고. 그래서 한방에 가게된 곳, 순천시 주암면. 울 산적, 여행 계획 세울 때 그랬었거든. 오전엔 어떻게든 이동하고 어딘가 도착하면 잘곳부터 찾자고. 그래 주암에 도착하자 잘만한 곳을 찾아 수소문했제. 토요일이었는데 다행히 어떤 말쑥한 아저씨들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더라고. 하여 찾아간 곳, 주암댐 체육 공원.
사람 한명 얼씬거리지 않던. 한여름 땡볕보다 더 한, 9월 1일 더위에 배낭까지 짊어지고 걷고 뛰었으니 둘 다 온통 땀범벅이 되었던 터. 아무도 오지 않던 화장실에서 일단 샤워부터 했지.
옹색한 곳에서 용감하게. 그리곤 군용 항고에 밥을 하여 집 떠난 첫밥을 먹었어. 얻어 온 김치 하나에. 너무도 강렬히 이글거리는 햇빛. 우린 잠시 나무 그늘에 텐트 치고 낮잠을 즐겼제.
언제부턴가 우리는 우리가 아녀~ 우리 마음대로 못하는 신세라니까~ (연예인이잖아~ ㅎㅎ~) 깊이 잠이 들만 하니까 피리링 전화가 오잖어~ 할수 없이 일어나 또 걸었어. 돈 구걸하러 가야쥐. 우리 모두 돈 없이 살 수 없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잖아. 구걸이 될만한 곳, 인파가 많은 곳을 향해 또 걸었어. 걷다 보니 차를 얻어 타 내린 곳이 그나마 제일 번화가더라구.
그래봤자 통상적인 시골 수준이었지만. 첫 거리 연주, 첫 구걸. 산적도 쭈뼛, 나도 쭈뼛.
그래도 용기를 내어 도로변에 있던 평상에 주저앉아 산적이 팬플룻(삼뽀냐)를 불기 시작했어.
그 옆에 나란히 앉은 나는 산적이 쓰고다니는 '무전여행 한닢만' 이라고 쓰인 밀짚모자를
뒤집어 들고 앉았지. 구걸용 각설이통이었거든. 느닷없는 삼뽀냐 소리에 가게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더니 다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더라구. 나나 산적이나 괜시리 의기소침해지는 가운데 가게 주인인 듯한 여인이 두어번 들랑거리더라구. 그러더니 산적을 쏘아보는데~
(다음에...)
201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