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잊혀지던 무전여행
자아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이 별난 돌풍 무전혀앵 이야기를. 사실 '무전여행'은 별난 여행이 아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던 우리네 젊은이(고교생 또는 대학생) 들이 돈 없이 호기롭게 도전하던 여행의 한 형태 였다. 물론 대다수가 실행 했던 건 아니고 극히 일부이긴 했지만 젊은이들 간에 열병처럼 번지던 여행이었다. 기간 또한 1주일이나 보름 정도로 극히 짧았었다. 나는 위로 오빠들이 셋이나 있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곤 했었는데 세 오빠 중 둘때 오빠만 무전 여행을 했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도 그 오빠에게서 주로 듣곤 했었고. 그러다 언제부턴가 새마을 운동으로 인한 잘 살아보세~ 라는 기치 아래. 산업화로의 길을 너나 없이 달렸다. 풍족한 생활로의 고지를 향한 질주. 너도나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다. 국민 대다수가.
그러면서 서서히 달려오는 세월에 밀려 뒤로뒤로 쳐지며 잊혀지던 무전여행이었다. 급기야 중진국 문턱에 들어선 요즘(2012년)은 엣날 어느 한 때 젊은이들 사이에 일었던 여행 정도로만 기억되고 있다. 헌데 느닷없이 낼 모레 환갑이 다 된 중늙은이들이 무전여행을 하겠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고~ 답은 간단하다. 노망끼기 들어서~
노망이란, 늙어서 망령끼가 들었단 소린데 재밌게도 이 '망'이란 단어에는 먼 데를 보다, 바라다, 기대하다 라는 뜻도 있다.
아득하고 망망한 한량없이 넓은 모양이란 뜻도 있고. 그뿐인가~ 황홀하단 뜻도 있다. 그러니 그러잖아도 '기인'이란 소리를 자주 듣는 남편(산적)이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한 일. 그리고 무엇보다 흘러간 세월은 결코 되돌아 오지 않는다는 것. 되돌릴 수도 없고. 그러니 한살이라도 더 늙기 전에 한번쯤 해봐야 직성이 풀리지 않겠어? 분명 뭔가 배우거나 깨우칠 일도 있을 거 같고. "어이 우리 가세~" "그러세~" 해서 간단히 이루어진 일.
별스럽게 일으킨 작은 회오리 바람이 그렇게 시작됐었다. 여행 중에 만난 많은 분들이 묻던 질문. "어떻게 그렇게 간단히 떠나게 됐어요?" 반복되는 질문에 울 산적은 친절하게 답변하곤 했었지만 여차저차 대답이 귀찮아진 나는 이렇게 둘러치기에 이르렀다. "둘 다 또라이니까~" 라고. ㅎ~ 돈 아이~ 돌아이~ 또라이~ 가만있자~ 둘 다 아이였던가~ ㅎ~
어쨌거나 울 산적, 한번 필이 꽂히면 죽자살자 매달리는 집념의 사나이. 두달 간에 걸쳐 여행 준비를 했겠다. 9,900원 짜리 중국산 텐트를 텐트값 두배를 더 들여 입맛에 맞게 개조하고 후라이까지 준비하는 등 만전에 만전을 기했다. 하여, 8월 말이 지나고 9월 1일이 되자 유치원생 소풍 가듯 새벽에 일어나더니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나갔다. 집 대문을 꼭 닫고서. 하여 대망의 무전여행 첫발을 떼었구먼. 산적은 십이삼 키로, 나는 오륙 키로 정도 나가는 배낭을 서로서로 메고서. 터벅터벅 발을 맞춰 갈두 감거리까지 걸었제. 그리곤 처음으로 1톤 트럭을 얻어 타긴 했는데. 그리 멀리 안간다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첫 성공인데. 할 수 없이 마산리에 하차. 내려서 또 걸었지 뭐. 헌데 앞서 걷던 산적, 느닷없이 막 달리기 시작하는 거야.
201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