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하면 떠나는 이유
엄마야~ 너무 무서버~ 마치 괴기 영화에 나오는 한 맺힌 여인네의 일그러진 얼굴 같잖아~
그래도 동요하지 않고 꿋꿋이 몇 곡 불던 산적. 여인이 다시 나와 쏘아붙이는 말을 듣고선 삼뽀냐 음이 일순 흐트러지는데 그 여인 왈, "정신 사나워 죽겄네~ 딴 데 가쑈~" 라는.
처음으로 퇴짜맞는 순간이었어~ 목젖이 울컥했지만 어쩔껴~ 집 떠난 각설이들인데. 군말 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 마침 토요일이라 문 닫힌 우체국 앞에서 퍼질러앉아 또 연주했지. 그러자 10여분 만에 지나가던 갤로퍼 한대가 멈추더라구. 내가 다가가 주저없이 말했어. 무전여행 첫 시작인데 한푼만 보태주시라고. 그러자 주저없이 오천원짜리 한장을 주시는거야. 앗싸아~ 성공했다아~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희희낙락. 첫 구걸 성공.
도착하여 미리 알아 놓았던 다음날 여비(순천 5일장까지 갈 버스비) 2,200원을 남겨두고 막걸리 2병을 샀제. 그리고 다시 또 걸었어. 잠 잘 텐트가 있는 곳으로. 가는 도중 쌈장에 찍어 먹을 야생초 구하느라 여기저기 또 걸어다녔고. (지금 고백하는데 굶을 걸 예상해서 내가 산적 몰래 쌈장 꼬딱지만큼 챙겨 갔거던~ 거기다 생마늘 몇점 꾹꾹 박아서. 산적의 스태미너 양식이라~ 히~) 에또~ 그러니까 첫날 하룻동안 걸었던 시간. 오전에 약 1시간, 오후에 약 1시간 반 정도. 도합 2시간 30분 걸었던 셈. 우리집에서 화순읍까지 12K. 걸어서 2시간 소요되는 거리니까 얼추 계산해도 15K는 걸은 셈. (더 걸었으면 더 걸었지 덜 걷지는 않은 거 같어~)
그것도 무거운 배낭 짊어지고. 어쨌거나 여러모로 운수대통했던 첫날 밤은 한적한 공원에 텐트치고 편히 잤더랬어. 한 밤중에 둘 다 부시럭대며 텐트 밖으로 기어나와 소피도 보아가며.
그렇게 시작된 27박 28일의 무전여행은 이틀째로 접어 들었어. 울 산적,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한 양반이라 집만 떠나면 새벽같이 일어나거던. 둘째날? 역시나였어. 새벽 6시도 못 돼 일어나더니 밥을 하더라구. 크크~ 산적이 떠나자 하면 군말 없이 떠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점이지. 내가 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어쨌거나 밥 먹고 행장 꾸려 가게 된 곳. 순천 아랫장.장이 되게 크드구먼. 사람도 무지 많고.
구걸 좀 되겠다 싶어 내심 신바람 난 우리 두사람, 장소를 물색했지. 첫날의 아픔이 있잖아~ 퇴짜맞은. 그 아픔을 거울 삼아, 가게 앞이나 노점상 없는 빈 곳을 택했어. 한여름 땡볕 버금가는 뜨거운 햇살 아래 모자도 없이 피리부는 사나이 울 산적. 거의 2시간 소비했나봐. 겨우 만원 벌었는데. 점심 때는 되어 여기저기서 맛 난 냄새는 솔솔 풍겨오는데. 뱃속에선 쪼르륵 소리가 계속 나는데. 그래 어떡했냐고? 어느분께 얻어 먹었걸랑~ 식당에 앉아 국밥으로 배불리. (우리가 거지짓 이렇게 했수~ 캬캬~) 점심 해결하고 또 걸어 간 곳, 순천역. 진주로 뛸 참이었거던. 그런데 어마나~ 이걸 어째~
201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