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걸어 찾아갔는데 여름 휴가철이 지난 해구욕장엔 적막감만 뒹굴뒹굴. 바다엔 사람 대신 새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 여유만만 한가롭게. 기러기 같기도 하고 가마우지 같기도 하고 백조 같기도 한,
흰새 회색새, 두어 종류가. 근데 왜 나는 도력이 약할까~ 변신도 못하고~ 내가 저 새라면 좋으련만~
나도 저렇게 샤워하고 싶은데, 집에서는 하루 샤워 두번이 기본이었는데, 불과 이틀 지났는데,
아아~ 흙탕물 아닌 맑고 시원한 산골 물에 샤워하고잡다~ 생각하는 사이 산적은 화장실에서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샤워했다네~
새로 변신 못한 나는 샤워 대신 잽싸게 빨래 빨아 널었지 뭐. 두벌 뿐인 옷이라 빨아서 말라야 갈아입거던.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낮에 눈 찜~ 해 놨던 정자에 잽싸게 텐트치고 군용 항고에 밥을 했어.
그것도 저녁밥 씩이나. 아~ 행복해~ 저녁밥을 먹다니~ 헌데 반찬은 또 쌈장일세그랴.
(나 여기서 시 한수 읊고시포~)
'낙동강 오리알 자청 거지 되더니, 그제도 쌈장이요 어제도 쌈장일세,
오늘도 쌈장이려니 했더니 역시나일세'
사실, 나 쌈장 찍어먹으며 입도 쫄고 귀도 쫄았거든. "자네가 나 몰래 쌈장 싸 온 통에 계속 쌈장만 먹잖아~" 라고 산적이 그럴까봐 귀도 쫄았다니깐~ 헤헤~ 아무튼, 쌈장에 밥 잘 쳐묵고 텐트에서 잠을 청하는데
잠이 와야지. 휘영청 보름달은 밝기만 하고 끼룩끼룩 갈매기 울음소리 나그네 잠 뺐는고나 싶었어.
헌데 자정쯤 되자 뱃고동 소리가 뿌왕~ 나더니 웬 차들이 쉴 새 없이 텐트 친 정자 옆을 질주하는거야.
씽~ 쌩~ 븅~ 하며. 아마 배에서 생선을 실어나가는 모양. 텐트 속에 웅크리고 누워 요란스런 소리를 듣느라
밤을 밝히다가 겨우 잠이 들려는데, 울 산적은 밤새 코 디렁디렁 곯다가 벌써 부시럭대는거야.
눈치 없는 영감탱이~ 어쩔껴~ 힘 없는 아낙네가...
휘영청 밝던 달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아침엔 구름이 낮게 드리우더니 급기야 비가 부슬부슬.
부슬비 내리는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대로변까지 걸어내려가 히치 하이킹 돌입.
40여분 만에 성공했는데 우리를 태워주신 분 말씀,
"무전 여행은 자신과의 약속인데 대단하시네요" 하시더라구. ( 나, 사실 나 자신과 약속한 적 없는데~호호~) 가다가 후진하여 태워주셨는데 얼마나 고맙던지.
비오는 날인데도. 고성 하이면에 도착하여 고성읍까지 또 히치 모드 돌입.
헌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안 오잖아. 도로를 잘못 잡았지 뭐야. 차량 통행도 드문 도로.
할수없이 걷고 또 걷다가 지나가는 버스를 잡아타기로 하고 대기 상태.
결국 포기. 버스 잡아타고 고성읍에 도착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