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대도시의 역

대도시의 역

by 할매


대도시의 역은 확실히 달랐지. 사람들의 차림새부터가~ 영락없는 시골쥐 꼴인 우리들. '도시쥐와 시골쥐'의 동화가 연상되더라구. 그래도 우리는 씩씩하게 역전 앞 작은 상설 무대에서 한바탕 버스킹을 했지.


한참을 연주해도 말쑥한 도시쥐들이 인색해서인지, 오고가기 바빠서인지, 별로 신통치 않더라구. 그래 우리는 그곳을 떠나 대구에서 3번째로 크다는 칠성시장으로 향했어. (아마 북두칠성의 칠성시장이었을거야. 이 삼장법사 일행이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은 걸 보니. 크크~) 운 좋게 우리를 도와주는 분을 만나 3만원이 넘는 돈을 벌었지 뭐야. 우리를 지켜보던 콩나물 장수가 대뜸 넣어준 만원권 지폐에 힘 입어.

하여, 우리는 집 떠난 지 처음으로 점심을 사 먹었어. 3천원짜리 보리밥 한그릇씩.


먹고 산다는 게 뭔지~ 어려운 듯 하면서도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도 푼돈 몇푼 벌려고 힘들게 수레 끌고다니며 열심이시고, 길바닥에 주저앉은 중, 노년의 할매들 역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노라니 석가모니가 부귀영화 버리고 길 떠난 이유를 어슴푸레나마 알 것 같기도 했지. 우리는 쉽게 돈 모으고 있었는데. 손오공의 묘기로. (누군가가 산적을 손오공이라하데~ 크크~)


우리는 보리밥 한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성주로 향했어. 그곳에서도 역시 우리를 알아보고 도와주시는 분의 도움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무사하게 도착했지. 그곳 농협 이사님의 불현듯 도움으로 성주 참외 한봉지 얻어들고서~

새로 조성되고 있는 산업단지였는데 전기며 수도 등 모든 기반 시설이 가설 상태였거든. 수도는 물론이고 변변한 화장실 하나 없던 곳이었지. 허허벌판 같은 그곳에서 대형 캠핑카 끌어다놓고 공사 감독하시는 분을 찾아간 길이었거든. 그곳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계시던 분.


그분 사모님께서 조촐히 차려준 저녁을 얻어먹고 거기까지 우리를 찾아온 묘령의 아가씨들과 이별하고 그 캠핑카 옆 모래 바닥에 텐트를 쳤지. 헌데 문제는 화장실이 없다는 거야. 생명 활동에 배설 행위는 기본인데~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했겠수? 우리는 어찌 했을 거 같우?


키키키~ 우리는 우리다운 방식으로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휴대용 삽으로 구덩이를 팠지.

구덩이 두개 나란히. 그리고 나란히 어둠을 벗 삼아 쪼그리고 앉아서 용변을 봤어. 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이 신나게 웃더라구. 크고 작은 엉덩이 웃긴다고~ 막걸리 똥냄새 난다고~ 흐흐흐~

멀리서 소쩍새도 웃드구먼. 인분 냄새 거기까지 풍긴다고~ 아마 전국적으로, 아니 전세계적으로 둘이 나란히 용변 보는 부부는 우리가 유일할거야~ 크크크~


알알이 박힌 하늘의 별들. 참으로 멋진 우리나라 화려강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 여러분도 그 아름다운 금수강산 아끼며 살아야해~ 우리처럼 가끔 거름도 줘 가며~ (정말로 따라 할라~ 쿠쿠~)


어쨌건 성주를 떠나 왜관으로 향했어. *리님께 신세지려고. 비 소식이 있었거든. 싫은 내색은 커녕 어떻게든 우리를 도와주려고 이것저것 마음 써주던 *리님과 그 친구분들. 보살행의 그 음덕을 우린 잊지 못할거야.

하여, *리님 친구의 비어 있던 어느 오피스텔에서 모처럼의 정말 한가한 여유로움을 즐겼지. 두발 쭉 뻗고 잘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몰라. 그 느긋함을 즐기다가 우리는 슬슬 걸어나왔어. 버스킹 하러.


중앙시장까지 걸어나가 어느 횡단보도 옆에서 연주하는데, 비둘기 한쌍이 그곳에 주욱 도열해 있는 어느 가게 주인에게서 뭔가를 열심히 얻어 먹고 있었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태연자약하게 땅 위를 걸어다니며.

나는 문득 저 비둘기 한쌍이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어. 우리처럼 애써 구걸하지도 않는데 알아서 모이를 주잖아~ 다른 비둘기들은 나무 사이를 열심히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을텐데.


살아가는 방법이 저마다 시시각각 다르다는 생각이 들자 우습더라구. 우리처럼 구걸하며(한시적이긴 하지만) 살아가는가 하면, 던져주는 먹이를 낼름낼름 받아 먹기만 하며 살기도 하고, 한탕에 몇 백억씩 꿀껏 삼키며 살기도 하잖아~ 어떤 이들은 징벌 같은 중노동을 평생하며 살기도 하고.


밤이 되어 *리님의 안내로 금오산 도립공원으로 나갔지. 우리가 버스킹 하는 모습을 궁금해하는 것 같아 보여주려고. 그곳의 북적이는 어느 음식점 앞, 나는 비 맞아가며 밀짚모자를 들고 서 있었지. 그냥 말없이.

만원짜리 지폐가 들어오더라구. 우리나라 살기 좋은 나라여. 이렇게 돈도 막 주잖아~


헌데 그곳에서도 멀리서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리지뭐야. 아마 성주의 소쩍새가 봉화 올려 알렸나봐. 걔네들 똥 쌀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그것도 나란히~ 헐헐~


여차저차하여 그 편안하고 안락했던 오피스텔을 나와 김천으로 향했어. 김천엔 왜 갔냐고?

나도 몰라~ 손오공이 여의주 휘두르는대로 따라다녔으니깐~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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