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묘한 웃음소리(後)

묘한 웃음소리

by 할매

'이히히히히~ 와하하하하~' 특이하고도 특유한 묘한 웃음소리였다. 신기(神奇)하고도 신묘(神妙)하고도 신비(神秘)스런 웃음소리였다. 영묘(靈妙 = 신령스럽고 기묘함)하기도 했다. 히히히~

잦아들던 좌중의 웃음도 내 웃음소리가 터지면 활화산처럼 재차 타올랐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웃기도, 시치미 떼기도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내 웃음 소리가 터지면 일제히 웃음보가 터졌다.

솜뭉치처럼 쌓이고 뭉친 웃음소리들은 마당을 가로질러 개울을 넘었다. 돌담도 넘었다.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마을 상공을 맴돌았다. 산도 넘었다. 때 맞춰 불어온 상승 기류에 편승해 한반도를 뒤덮었다.


그치지 않던 각 방송 출연이 전국을 들끓게 했다. 머스마들이 종종 찾아와 내 웃음소리 모음(貌音) 대회를 열었다. 지극히 소규모로~ 족히 2,3년은 그렇게 신나게 놀고 웃고 떠들었다. 춤추고 노래하는 크리슈나처럼~


세월이 흘렀다. 무전여행도 했다. 동남아 여행도 했다. 2016년도 태국에서였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카우치서핑으로

갔던 곳이었다. 한창 해외 배낭 여행 바람이 거세게 불던 때 였다. '카우치서핑(Couch Surfing)' 이란, 집에 여분의 소파가 있다면 해외 배낭 여행객을 위해 기꺼이 내 준다는 뜻이다. 그만큼 해외 여행객을 우대해 준다는 배려의 의미도 있었다. 그야말로 순수 접대 개념의~


여동생이 한국에 취업 해 살고 있다는 청년의 집에 카우치서핑으로 가게 되었다. 서퍼는 30대 초반의 태국

청년. 일단 우본까지 갔다. 서퍼와 연락이 닿아 데리러 오겠노라 했다. 휘황찬란했던 우본의 저녁 무렵, 유심칩도 갈아끼우고 대기. 승용차를 몰고 나타난 청년의 차로 나탄으로 갔다. 청년이 엄마와 함께 살며 사진관을 하고 있던 곳. 도로 건너편엔 학교가 있었다. 영업을 안하는 듯한 두세개의 가게가 나란히 있던 곳. 편도 2차로는 아니고 제법 넓은 1차로 수준의 콘크리트 도로. 가게에 딸린 방 2개는 엄마와 청년이 각기 쓰던 방. 우린 사무실 바닥

한켠에 요를 깔고 잤다. 밥도 잘 얻어 먹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 가게 앞에 승용차 2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장소. 나는 그 앞 한쪽 구석에 앉아 지나가는 차를 구경했다. 헌데 산적은 고개 쳐박고 핸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했다. T맵 검색하는 줄 알았다. 근데, 산적이 내게는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달랑 100만원 들고 갔던 여행이었다. 며칠간의 숙박비 정도만 남은 상태. 그렇게 아끼고

아꼈는데도~ 나라면 혼자 피를 말리며 시들어갈텐데~


그날 아침 시멘트 바닥 작은 돌덩이 위에 걸터 앉아 열심히 뭔가를 하던 산적. 한참 후, 이러쿵 저러쿵~

저러쿵 이러쿵~ 고국에 있던 지인들에게 카톡을 쫘악 뿌렸단다. 이만저만해서 여행이 며칠 남았는데 돈이 바닥났다. 천하의 대(大)산적이 돈 몇푼에 해외 미아 되어야 하겠니? 도와주라~ 더도 덜도 말고 9,500원 씩만 보내다오~ 500원은 수수료다. 이 돈은 떼 먹을 돈이니 알아서 보내라~


카톡 뿌리자마자 여기저기서 돈이 들어오고 있노라고~ 시시각각 타전되는 산적의 긴급 뉴스 속보에 이 할매 웃음보가 터져 버렸으니~ 아하하하하 이히히히히히~ 한참을 웃고 있는데 아침 식사(똠양꿍)가 준비됐으니 먹으란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이웃해 있던 가게에서 여자 둘이 나오며 쏼라쏼라~ 하더니 내 웃음 소리를 흉내내며 서로 웃고들 난리였다. "오잉? 저것들이~ 지적 재산권인 내 웃음소리를?" 고국의 산 밑에 고이 숨겨두고 왔건만~ 그 신묘한 웃음소리가 태국에서 방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위대한 대한민국(大韓民國~ 짜잔짠짠짠!)의 국위 선양과 함께~


어쩼든, 밥 먹고 여차저차 뒤, 인근에 있던 가게로 가야 했다. 거기서는 더 못 자겠고 펜션에서 자야 했는데

필요한 게 있어서. 가게에 들어서니 제법 큰 가게였다. 한국 시골의 다이소 같은~ 그런데, 물건을 골라 계산대로 오니 우리를 알아보았다. 계산대에 있던 두세명의 아낙들. 씨익~ 웃는 미소 속에 이미 구면이라는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 웃음소리 한번 들으면 절대 못 잊지~ 내가 할 때는 똑 소리나게 하거던~

평소에는 어벙벙해도~


그렇게 해서 해외 만방에 한번 듣고는 절대 잊지 못할 그 묘한 웃음소리를 날렸노라~ 웃겼노라~ 돌아왔노라~ 한국인은 웃음소리도 뛰어나다는 것을~ 히히히~~


헌데, 처음엔 나도 몰랐다. 그 웃음 소리가 단전(丹田)에서 나온다는 것을~

세월이 지난 뒤에서야 알았다. 웃음을 참으면 아랫배가 요동치다 못해 아프다.

이 뭔 조환지 나도 모르겠다.

끝!. ㅎ~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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