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일
우리집 순둥이로 자라며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나. 흑백 사진 속엔 두세살쯤 돼 보이는 여자애가 한손에 밧데리를 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당에 서 있는 모습. 뭔 수가 틀렸는지 인상을 잔뜩 쓰고 있다.
하하하 지가 인상 써봐야 어쩔껀데~ 한 볼탱이깜도 안된 것이~
아버지가 공직에 계실 때라 관사(官舍 = 관리의 주택으로 관청에서 지은 집)에서 살 때 였단다. 마당이 제법 넓어 채소밭도 있었고 닭도 몇마리 키웠단다. 아장아장 걷는 단계는 넘었는데 그렇다고 아직 달리기엔 부족한 수준의 걸음걸이. 혼자 놀기 좋아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던 여자애. 지가 좀 컸다고 혼자 낑낑대며 툇마루를
내려가 마당으로 가서 놀던 계집애.
헌데 가끔 느닷없이 푸다닥 거리는 소리가 나고 비명 소리가 들려 가 보면 엎어져 있는 계집애 위로 달구새끼 한마리가 올라타서 쪼아대고 있더란다. 집에서 기르던 수탉 한마리.
아니 조그만 어린애가 암탉으로 보였남~ 왜 올라타고 난리야~ ㅎㅎ (읔 표현이 좀 거시기하당~)
그래 오빠고 엄마고 보이는대로 쫓아가 달구녀석을 쫓아내고 어린애를 구출했단다. 허 참 묘한 수탉이여~
한번도 아니고 종종~
그래서 닭을 뒤뜰에서만 놀게 닭망도 쳐 놨단다. 헌데 한동안은 괜찮더니 어느날 보니 또 계집애를 쫓아다니고 있더란다. 하 고놈 참~ 뒤뜰에 놀다가도 어찌 알았는지 지집애가 마당에 내려와 놀면 그리 달려와 괴롭히더란다. 할 수 없이 어느날 그 녀석은 조용히 사라졌단다.
헌데, 강산이 몇번 바뀌고 세월이 흐른 뒤 어느날 보니 아하~ 거 묘한지고~ 그 소녀가 자라 아가씨가 되고 결혼도 했는데 어라~ 곰곰 생각해보니 결혼하여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수탉이 아닌가~
그러네~ 진짜 수탉 맞네~ 보니 울 산적이 닭띠였다. 전생에 그 수탉이 산적으로 환생 했을까~
그 참~ 알 수 없는 일이여~ ㅎㅎㅎ~
나는 우리 시아버지 얼굴을 뵌 적이 없다. 우리 산적 중학교 때 돌아가셔서. 딱 한번 꿈 속에서 뵜다.
스님들 가부좌 틀 듯 앉으셔서 뒤에 희미한 불빛을 등지고 앉으신 모습. 옆에선 시어머님이 나를 가리키며
뭔가를 이러킁 저러킁 하고 계셨다. 헌데 아버님은 미동도 않고 조용히 계시던 모습. 그때 딱 한번 뵜었다.
사진으로는 여러번 뵜지만~ 그런 시아버진데 우리 시어머님 불평 불만이 좀 있으셨단다. 화가 나시면 일하고 계시는 아버지를 데려오라고 애들을 닦달 하셨단다. 아버지 집에 오시면, 이러저러 쏼라쏼라~ 막 고함치며
뭐라하시던 시어머니. 그러면서 그냥 참고 계시는 아버지를 향해,
"오메! 환장하것네~~" 하시면, 아버지는 "아니~ 나는 된장하것다~" 하셨단다. ㅎㅎㅎ
우리 부부, 무등산 줄기인 안양산(해발 700m가 넘는 산) 속에서 2년, 산골 마을에서 25년(햇수로),
도합 27년 산골살이를 마무리 하고 올 봄에 이곳 아파트로 이사왔다. 오랜 세월 흙집에서 살다 콘크리트 집에 살게 되서인지 울 산적 양쪽 다리에 붉으레한 반점이 생기더니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걱정이 된 내가 병원에
가보라 했더니 딱 한번 가곤 안 가던 산적, 피부과가 마음에 안든다나 어쩐다나~ 반점은 옅어졌다 짙어졌다 하는데... 오메 속 터져~~ 그래도 아무말 않던 나. 저녁이 되어 잠자리에 들며 걱정 되어 물었다.
"다리 좀 괜찮아?" 라고~ 했더니 울 산적, "응! 내 다리 아직 잘 붙어 있어~"
히히히히 오메 속 터져~
이불 속에 들어가 가만히 생각해봉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따~ 유머 감각도 유전되나~
이런 걸 보고 부전자전(夫傳子傳)이라 한가~~ 나도 모르것다.
알 수 없는 일이로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