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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Feb 09. 2022

1년 후 되고 싶은 나를 알람해 놓기

 1년 후 되고 싶은 나를 알람해 놓기      

 새해 첫 날을 알리는 알림소리에 눈을 떴다. 이른 새벽 나는 책상에 앉아 생각을 해봤다. 1년이 길다고도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인생을 되돌아보면 결코 긴 시간은 아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금방 1년이 지나갔었다. 또한 오늘부터 새해라는 녀석은 다른 새해에게 바톤터치를 하기 위해 빠르게 질주할 것이다. 오래 오래 새것이었으면 좋으련만 시간이라는 녀석은 도대체 잔꾀를 부리지도 않고 얼마나 냉정하게 성실한지 모른다. 마치 시간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한 인간 시계 칸트같다. 새해가 나에게 왔음에도 나는 이미 맘이 돌아선 구남친 같은 작년의 옷자락을 미련스럽게 붙잡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흘러 보낸 1년을 인정합니까? 하고 재판장에 서있는 판사가 판사봉을 든 채 안경을 코에 걸치고 눈을 치켜뜨며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다.  

    

 곡을 거의 다 만들고 작사할 때였다. 영어 가사를 살짝 넣어 보고 싶었다. 왠지 멋있을 것 같았다. 영어 가사를 넣어 불러보았는데 그것을 들은 캐나다인 피디 선생이 발음이 구리다고 면박을 주었다. 꽤나 내 발음에 자신이 있던 터라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캐나다인이니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디관련 프로그램은 영어 메뉴로 되어 있어 해석이 잘 안돼 까막눈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눈치로 때려 맞추려고 해도 힘들었다. 땀구멍까지 쪼그라질 정도로 창피했다. 그래서 내 곡인데도 영어 가사를 소심히 빼버렸고 프로그램은 제대로 배워 보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매일 5분이라도 꾸준히 영어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영어로 된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 활용 정도는 일부러 한글로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자존심은 지킬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좋아하는 심슨 만화를 자막없이 볼 수 있었을 텐데, 외국 호텔에서 주문을 할 때 수전증 걸린 손을 보지 않아도 됐을 텐데, 동방예의지국답게 외국인을 보면 인사는 참 잘 하는데 갑자기 벙어리로 변신해서는 어딘가 숨을 곳을 찾지는 않았을 텐데, 생각의 대부분을 후회할 때나 쓰고 있다.      


 따라서 1년 후 되고 싶은 미래의 나는 영어 좀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교사들도 뭔가 하나쯤은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있으면 좋다. 그리하여 영어 전담에 도전해보고 싶다. 영어 수업 시간에 유창하게 영어로 수업을 하고 싶다. 영어 전담을 할 기회가 있긴 했다. 하지만 머뭇되는 사이 영어를 더 자신감 있게 하는 선생님들의 차지가 되었다. 오히려 나는 안도까지 했다. 하지만 1년 후의 나는 달라진다. 1년 후에는 영어가능이라는 옵션이 탑재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내년에 영어 전담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리니 가슴이 설렌다. 나의 영어 수업이 제일 즐겁고 유익하다고 감동할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툭치면 탁하고 나오는 유창한 영어를 하는 내 모습은 조금 욕심일까? 하지만 반드시 되게 만들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기에 현재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이 정해졌고 용기가 생겼다.      


 출근길에 우연히 듣게 된 ebs의 스타트 잉글리쉬와 이지 잉글리시를 청취하고 있다. 반복 청취하기 위해 연간권까지 등록했다. 틈틈이 듣기 위해 다른 팟팡 오디오와 오디오북은 조금 줄일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잇에다 영어 문장을 써서 옷장이나 벽, 문에 덕지덕지 붙였다. 무심코 눈길이 가는 곳이 좋다. 길을 걷거나 설거지를 할 때 짬짬이 듣는다. 틈이라도 나면 한 문장이라도 읊조리려 애쓴다. 노트를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게 나에게 더 맞는 것 같다. 


 휴대폰을 꺼냈다. 알람 설정 메뉴창을 열었다. 강의, 병원예약, 약속 등 다양한 알람이 설정되어 있었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했다. 기간은 딱 1년 후다. 알람명은 ‘축! 영어전담 교사’다. 1년 후에 영어 전담을 하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유연한 혀를 돌돌 말고서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자신감 있게 웃는 내가 떠오른다. 영어 하면 임혜진 선생님이지! 하며 선생님들이 엄지척해준다. 아이들도 영어 수업이 젤 재미있다며 영어 수업이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으려 한다.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1년 동안 노력할 내 자신이 주마간산처럼 지나간다. 힘들 때면 휴대폰을 열어 아직 울리지 않은 알람을 보며 힘을 낼 것이다. 내 자신에게 고맙고 미리 감사해진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끌어당겨주는 것 같다. 기다려! 1년 후에 만나자!      


<1년 후 되고 싶은 나를 알람해 놓기>

◆ 활동명: 1년 후 되고 싶은 나를 알람해 놓기

◆ 목적 : 1년 후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미리 정하고 그대로 이루기

◆ 방법 : ① 종이와 필기도구, 휴대폰을 준비한다.

         ② 1년 후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정하고 쓴다.

           예) 바리스타 1급 자격증을 소지한 바리스타

         ③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한다.

           예) 인테리어가 멋진 까페에서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준다.

               커피 맛집으로 소문나고 잡지에도 소개가 된다. 

         ④ 휴대폰 알람 설정 창을 열어 1년 후로 맞추고 알람명을 적는다. 1년 후에는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미리 행복해하고 감사한 맘으로 적어본다.

           예) 2023년 1월 1일 13시, 알람명: 축! 커피의 신 바리스타 

         ④ 미래의 내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종이에 적어본다.

           예) 바리스타 자격증 강좌를 듣는다. 커피 관련 책을 읽는다. 커피 농장에 직접  다녀온다. 커피 관련 용품을 공부한다. 매일 다양한 커피 맛을 보고 기록한다.  커피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커피 관련 문화센터 강좌를 듣는다. 커피 축제에 참여한다. 커피 나무를 길러본다. 공정 무역에 대해 공부한다. 커피 스터디를    조직한다. 커피 관련 방송이나 유튜브를 꾸준히 시청하고 기록한다. 커피 관련  원서를 읽어본다. 

        ⑤ 계획한 대로 열심히 잘했을 때 보상은 무엇으로 할까 정한다.

        예) 하루에 1단원씩 자격증 공부했으면 주말에는 맛있는 까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⑥ 힘들 때 마다 휴대폰의 알람 설정 창을 보고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미래의 나에게 응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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