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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Jun 13. 2022

밤마다 만나는 몽둥이 요정


“누가 나 때렸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역정을 낸다. 이건 누가 봐도 밤새 다구리 당한 몸뚱이다. 어깨는 욱씬되고 목은 좌, 우 돌릴 때마다 악 소리가 난다. 우주 정거장에 미아가 된 듯 어질거리고 두 손을 바닥에 짚어야 겨우 허리를 접고 앉을 수 있다.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양쪽 어깨에 “옜다~” 하며 쌀 한 가마니씩 얹어진다. 그 무게 때문인지 침대가 갑자기 바닥으로 꺼지는 것 같다. 어제의 피로는 밤새 풀어지기는커녕 잠깐 얼음 땡 한 것 같다. 눈을 뜨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재생된다.     

 

 매일 밤 불면에 시달리다 잠이 겨우 들면 몽둥이 요정을 만나야 한다. 전생에 뭔 죄를 그렇게 지었다고 사람 자는 데까지 와서 괴롭히냐? 가끔 종아리나 팔꿈치, 허벅지에 퍼런 멍이 들어있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개운하지 못했다. 느릿느릿 나무늘보가 된 것 같았다. 그런 나를 쏘아보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남편 때문에 더 힘들었다. 머리만 바닥에 대면 잠을 자고 피곤이 뭐냐며 잘난 척하는 남편은 이런 나를 이해를 못 했다. 성격까지 급한 남편은 천근 만근한 몸을 움직이느라 애쓰는 나를 흡사 군대의 고문관 바라보듯이 보았다.      


그러니 밤새 나를 때릴 인간은 남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침 출근에 정신이 없는 남편에게 “혹시, 나 잘 때 때렸어?”라고 툭 던지듯 말했다. 남편은 “아니”라고 간단하게 대답을 한다. 그게 뭐라고 확인사살을 해본다. 몸이 힘들수록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졌다. 하지만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이라곤 벽밖에 없다는 걸 안다. 벽에 기대어 앉으니 어디선가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쓸모없는 바위에 앉으니 의자가 되었다. 쓸모없는 벽에 기대니 위로가 되었다. 이처럼 세상엔 쓸모없는 건 없었다. 아직 쓰여지지 않는 거만 있을 뿐 아직 쓰여지지 않은 너에게”      


힘들면 그저 가만히 벽에 기댈 뿐이었다. 축축 처져서 삶의 의욕조차 벽에 기대야 하는 나는 과연 쓸모있는 인간일까? 재난 상황을 가끔 상상한다. 모두 달릴 때 ‘나는 그냥 버리고 가, 그냥 죽을래.’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영원한 벌을 받는 시지프처럼 매일 밤 몽둥이를 맞는다. 자존심마저 몽둥이질 당하고 내 인생은 너덜너덜해진다. 나는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 인간일까? 철학자도 아니면서 매일 인생에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의 끝에는 항상 ‘살고 싶지 않다.’라고 결론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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