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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Jul 13. 2022

매일 초미니 겨울잠을 자자

<일상이 스펙이다>    



8. 매일 초미니 겨울잠을 자자    



여러분은 잘 쉬고 사시나요?    

대부분 이런 질문에 고개를 갸웃 거리며 머쓱한 웃음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제대로 쉬는 법을 모르고 산다. 나부터가 일단 쉼의 중요성을 모르고 살았다.    



학교를 갔더니 맨날 열심히 공부해라, 더 노력해라 가르친다. 친구사이에 경쟁을 붙여 서열을 메긴다. 친구가 낙오되길 바라는데 어찌 쉴 수가 있을까? 심지어 고등학교 때는 성적순으로 자리를 앉혔다.    


 

사회를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고 나는 놈 위에 뛰면서 나는 놈이 있다. 서로 연봉으로 비교하고 매출로 비교하고 sns로 비교하고 경쟁한다. 나보다 먼저 앞서 나간 사람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하다.  


   

어릴 적 부모님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늘 뭔가 부지런히 하고 계셨다. 결혼 후 방문한 시가의 어른들도 쉬지 않으신다. 어머님은 새벽부터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신다. 방음도 안 되는 옛 집은 두구닥, 두구두구닥 되는 소리로 ‘아직 까지 자냐? 게을러 빠져 가지곤, 빨리 일어나 움직여!'라고 바가지를 긁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편히 쿨쿨 자도 며느리는 불편하다. 쉼이 없는 어른들은 70이 넘어도 쉴 줄을 모른다.     



자기 계발의 끝판왕인 어떤 강사님은 강의 중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죽으면 평생 쉴 텐데... 열심히 살아도 죽지 않아. 괜찮아!”라고 하신다.

그래서  '이 한 몸 조져봐~ 죽기 살기로 해봐?'라고 달릴 준비를 했다.    


 

왜 난 쉬지 않고 달리려 할까? 남보다 더 잘나기 위해서일까? 무엇을 위해 달리는 것일까? 빨리 몰입해서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걸까? 조급, 불안, 초조, 긴장이 한가득이다. 그 와중에 성장도 있겠지만 나는 나를 돌보면서 달리는 걸까? 나를 사랑하면서 달리는 걸까?    



물론 몰입해서 달리는 기분도 좋다. 관성의 법칙처럼 탄력이 붙는다. 그러나 인생은 매번 달릴 수가 없고 개미와 베짱이처럼 극단적일 수가 없다. 헬스장에서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수축이 있으면 이완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게임에 미쳐서 피시방에서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하다 결국 죽은 사람의 뉴스 기사도 있다.  


  

빨리 성장하기 위해 쉼이 없이 달리기만 하면 번아웃이 온다. 모든 사람들을 같은 선에 세우고 경쟁시킬 수 없듯이 모두들 자기만의 성장 속도가 있다. 나는 나만의 속도를 지키기 위해 초미니 겨울잠을 잔다. 쉬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은 버려야 한다. 인생은 남과의 경쟁이 아닌 상생이며 서로의 가치를 나눌 때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동굴 속에서 죽은 듯 잠들어있는 고요한 동물처럼 누구에게나 잔잔히 고요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매일 초미니 겨울잠이 필요하다. 1분이라도 좋다. 눈을 감고 나의 들숨날숨에 집중하자. 초미니 겨울잠은 내가 내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만드는 나만의 영양제다. 아무리 할 일이 많고 바빠도 동면하는 시간은 꼭 지키자. 행복한 꿈을 꾸는 동물처럼 나를 꼭 껴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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