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얼마나 더 많이 받아야 무뎌질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잘 받는 편이다.
그때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실수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면서 힘들어할 때가 많다.
물론 나만 이렇게 기억하고 정작 당사자들은 기억도 못 할 거라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나도 이런 나 자신이 싫어서 웬만하면 떠올리지 않으려 애쓴다. 그렇지만 갑자기 시도 때도 없이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은 나를 너무 아프게 한다.
남에게 피해는 준 적 없지만 혼자 있을 때면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가령 아침에는 컨디션이 별로라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누군가가 뜻밖의 선물을 주면 갑자기 행복해진다. 뭐 좋게 말하면 쉽게 기분 나쁘고 쉽게 풀어지는 스타일이지만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다지 좋은 성격 같진 않다.
전에 김연아 선수가 대회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그 순간에 매몰되어 있지 말고 바로 다시 집중해서 남은 실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을 봤는데,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생각해도 막상 실천은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신중하고 도전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더더욱.
만약 당신에게 100억이 있는데 고작 100만 원을 잃어버렸다고 남은 돈을 다 버릴 것인가? 하는 글도 읽은 적이 있는데 내심 뜨끔했던 적도 있다. 사실 120세 시대에 절반도 오지 않았는데 고작 지금 살기 힘들다고 인생의 나머지를 다 포기해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걸 나도 아니까..
난 내가 멘탈이 약하다는 걸 알아서 고치고 싶은데 역시나 몇십 년 동안 그렇게 살아와서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나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처음 보는 문제를 마주하면 바로 굳어버린다. 누가 조금만 심한 말을 해도 눈물부터 나오고,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을 보면 너무나도 쉽게 우울해진다. 나도 내적으로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래서 요즘에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받아들이고 손을 놓는 사람’과 ‘매사에 후회 없는 사람’ 두 종류이다. 그렇지만 현실의 나는 남의 시선만 엄청 신경 쓰고 틈만 나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가끔은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현타도 오는 사람... 역시 걱정은 할수록 는다는 말이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