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불행 배틀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가 힘들다며 자기 상황을 늘어놓는 글들을 볼 때면 속으로 ‘난 저것보다 훨씬 힘들게 자랐는데’라고 늘 생각했다.
나는 항상 운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 여기며 살았다.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부모를 고를 수도 없는데 하필이면 가난하게 태어나게 된 환경이 싫었다. 돈이 없다고 말하는 부모님을 남몰래 원망했고 여유 있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불행은 누구에게나 우연으로 찾아온다. 내 부모님이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이유 없이 찾아오는 불행이 있다. 그리고 내가 외면하고 주저앉아 슬퍼하고 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불행이 찾아오면 인생에서 당연한 거라 받아들이고 최대한 치울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내가 지금 불행하지 않은 누군가를 부러워했듯 어딘가의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놓아주는 것이 맞다. 설사 불행이 쉽게 치워지지 않아서 밑바닥까지 떨어지게 되더라도 결국은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것. 이왕 어차피 받아들일 거라면 불행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에게 불행도 도움 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인정하고 끌어당겨보자. 뭐든지 한번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