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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 Aug 26. 2022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사람들한테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어릴 때, 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10대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불안함 뿐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몸이 약해서 매일 아팠으나 꾸역꾸역 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때는 매일 부모님 싸움에 눈치보기 바빴으며 같이 다니던 친구들 무리에서는 대놓고 배제를 당했다. 고등학교 때는 친한 친구들이 생겼지만 홀수라 은근히 겉돌아서 늘 외로웠던 기억이 난다.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인 일이다.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며 누군가 물어보면 나는 차라리 현재가 좋다고 답한다. 그때의 나는 너무 어리고 약했으며 나 자신을 미워하기에만 급급했다. 당연히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혹시나 옆에 자고 있는 엄마와 동생이 내 울음소리를 들을까 봐, 모두가 잠든 새벽이면 숨죽여 베개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그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쭉,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었다. 누군가 나를 안아주면서 ‘괜찮아. 잘했어. 그동안 수고했어’ 라는 말을 하는 상상만 해도 눈물이 주르륵 나오던 때였다.


더 사랑해줄걸. 지금 보니 그런 마음이 든다. 가끔은 어릴 적의 내가 안타깝고 조금은 불쌍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그냥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가도 이제껏 살아온 게 아까워 버틴다. 그땐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는지, 왜 당사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내가 삶을 포기하고 그만두기로 하는지.


성인이 된 후부터 상처가 조금 나아졌지만 한 번 생긴 흉터는 지워지기 어렵다. 가끔 슬픈 생각이 떠오르면 눈물이 나올 때도 있다. 물론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여전히 나는 나 자신이 애틋하고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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