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독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다. 다른 사람을 상담해주고 해결책도 잘 내놓는 편이지만 정작 내 고민은 해결하지 못하고 마음 한 구석에 쌓아만 둔다. 친한 사람들 생일은 매년 메모해놓고, 깜짝 선물도 자주 주곤 하지만 나에게는 선물 한 번 준 적도 없다.
그냥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봐도 이상하게 그렇다. 맛있는 음식을 사 먹기도 귀찮고 어떤 물건이 있어도 ‘당장 이거 없으면 안 돼!!’ 하는 게 아니면 잘 안 산다. 물론 일부러 참는 건 아니고, 원래 미니멀하고 현재에 만족하면서 사는 타입이라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너무 나에게만 인색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특히 요즘에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나 진짜 맘 편히 쉬질 못하는구나’ 이다. 지금까지 학교를 빠져본 적도 없고 학기 중과 방학 틈틈이 알바를 했다. 친구가 휴학을 했다고 하면 오히려 격려하고 응원해주었던 나였지만 정작 나 자신이 쉬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사실 돈이 급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바쁘게, 부지런하게 살고 싶어서 그렇다. 뭐 한 것도 없이 누워서 휴대폰만 하다가 하루가 끝나면 그날은 통째로 버린 느낌이고 시간 낭비한 기분이다. 계속 뭔가를 배우고 나를 발전시키는, 생산적인 일을 해야만 뿌듯하다.
이렇게 말했지만 인생에서 쉼의 필요성은 꽤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가을부터는 제일 바쁠 예정이지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않고 조금은 관대해지려 한다. 번아웃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쉬어도 괜찮은 시간이 있을 때는 마음 놓고 푹 쉬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