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그동안 난 스스로 페르소나, 즉 가면을 잘 쓴다고 생각해왔다. 집에서 가족들은 다 나를 무뚝뚝한 맏이로 알고 있지만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다들 나에게 ‘정말 밝다’ ‘웃음이 많다’ 라고 말한다. 쉬는 날에는 내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면 마치 가면을 끼우듯 외향적인 사람으로 변하곤 한다.

일부러 그러려던 것은 아니었다. 모두들 곁에는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두고 싶어 할 뿐이고, 집에서는 딱히 그럴 필요가 없으니 편하게 쉬고 싶은 것이다. 물론 쉴 때는 무표정에 감정표현을 별로 하지 않으니 가족들이 서운해할 때가 많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게 원래 내 모습이고, 집 밖에 있는 내가 가짜 모습이지 않은가. 내가 솔직해지기 위해서는 오히려 사회생활 속 밝은 모습을 바꾸는 게 맞는 것이다.

사실 난 솔직해지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남들이 뭐라든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소신 있게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럽기도 했다. 나는 내 생각이 정답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오답을 들면 엉거주춤 따라가는 편이었으니까. 내가 소수라고 생각되면 눈치를 보다 다수의 의견을 따랐고, 누군가가 한 부탁을 들어주기 싫어도 차마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그냥 들어준 적도 많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솔직해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솔직해지려면 내 감정을 숨기고 괜찮은 척, 아닌 척 지내왔던 지금까지의 나를 버려야 하니까.

그렇지만 역시 나에게만큼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처럼 내가 가면을 마음대로 쓰고 벗고 한다고 해서 나쁠 점은 없겠지만, 이러다가 결코 나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 100퍼센트 거짓된 모습을 만들기보단, 어느 정도는 솔직하게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도 나을 것이다. 앞으로는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