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원 Vlog

프롤로그

by 이차원

차원은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요즘은 이전에 하던 일도 그만두어서 알바 조금 하는 거 빼고는 그냥 방에 있을 때가 많았다.

옛날엔 열심히 살았던 것 같기도 한데. 그게 언제였더라?

책상에는 어제 먹다 남긴 치킨과 사이다 한 캔이 남아있었다.

에휴. 귀찮아.

물을 올려놓은 커피포트에서 나는 소리가 잠잠해졌을 때쯤, 그는 너튜브를 켜고서 차가운 치킨과 뜨거운 라면 면발과의 모순적인 만남을 즐겼다.

지금 보고 있는 건 요즘 유행하는 A.I로 만든 현실로 구현한 영상들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 같은 신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나오는 스토리들이 실사로 구현된 영상들을 보는 게 요즘 재미 중 하나였다.


"이야.. 요즘 진짜 세상 좋아졌다."


차원은 영상들을 보다 보니 문득 오랜만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옆에 있는 모니터 '상단 중앙'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갑자기 화면이 꾸물꾸물 거리 더니 보통 보는 화면과는 조금 다른 화면이 펼쳐졌다.

마치 VR처럼 글자들과 영상들이 살아서 튀어나오는 듯했다.

아니, 사실 VR과는 달랐다.

바탕화면에 있는 바다에서 일렁이는 파도가 갑자기 한 방울 튀어나와 차원이 급하게 현실 동기화 차단 설정을 켜야 했으므로.


"이 녀석. 너 일부러 그랬지."

"크아왕"

"알았어. 알았어 고. 미안해. 요즘 신경 못써줬지. 자주 킬게."


거짓말 같지만 그의 모니터가 마치 그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화면이 마치 개나 고양이의 입처럼 벌려졌다가 잠잠해졌다.

그리고선 뭔가가 옆구리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차원은 그가 '고'라고 부른 마치 살아있는 듯한 그의 또 다른 모니터에서 튀어나온 손을 잡고서 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연보랏 빛과 하늘색을 섞어 놓은 듯한 우주가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서는 아까 너튜브에서 본듯한 별세계의 풍경들이 말 그대로 튀어나와 둥둥 떠다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 빠른 속도로 그 우주와 행성들의 이곳저곳을 들춰보다가, 마침내 한 곳에서 멈춰서 고의 손을 놓았다.


"쿠고옹.."

"좋아. 오늘은 한 번 여기로 가볼까."

"쿠루로롱"

"음. 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네."

"쿠룽"

"나도. 재밌겠다. 문 좀 열어줘. 고."


그러자 벽 전체가 움찔하더니 한참을 꿈틀꿈틀거리다가 멈췄다.

아무래도 방 전체가 살아있는 하나의 어떤 생명체인 듯싶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띵'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색이었던 방문이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어느새 희한한 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차원이 어디 구석에선가 있던 헬멧을 하나 꺼내서 머리에 썼다.

그리고선 아까부터 차원이 말을 걸던 모니터가 꿈틀거리더니 조그만 강아지로 변해서 책상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좋아. 가자 고."

"크와앙"


차원은 이윽고 방 문을 열려다가 말고 뭔가 깜빡 잊었다는 듯이 두 손가락을 한번 튕기더니, 허공에 대고 말했다.


"즐거운 시간되시길"

"쿠롱쿠롱"


그리고 그와 그의 강아지는 하얀빛이 나는 문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물론 문 밖의 복도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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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