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나룻배
퐁 퐁 퐁
하늘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며, 하얀빛이 확 하고 비쳤다가 사라졌다.
눈을 뜨니 눈앞에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귀에 물소리와 삐꺽 대는 나무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강물이 근처에 있는 듯싶었다.
게다가 붕 뜨는 이 느낌에 나무 감촉은... 조각배인가?
목적지에 물이 많이 있긴 했던 것 같은데 깜깜해서 제대로 도착을 한 건지 모르겠네.
차원은 잠깐 멀뚱 거리면서 있다가 자신의 어깨에서 느껴지는 몽클몽클한 촉감에 정신을 차렸다.
"쿠루룽..."
"아 거기 있었구나 고, 불 좀 켜줘. 여기가 어딘지 좀 보게"
"쿠오옹"
강아지가 된 고의 입에서 밝은 빛을 내는 동그란 물체가 튀어나왔다.
마치 빛을 내뿜는 민들레 꽃씨 같았다.
은은한 빛이 비치기 시작하자, 공간의 암흑이 침묵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들어와 있는 거대한 터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틈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코옹코공"
"맞아. 지난번에도 이 비슷한 곳에 왔었지."
"쿠룽"
"음? 그냥 이번에도 이대로 있으면 지나가지 않을까?... 아아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긴 터널은 도착하는 곳을 투영하긴 하니까."
고가 몸에서 내보낸 조그만 구체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벽 쪽을 비췄다.
"어, 뭔가 그려져 있다. 이건... 낙서?"
"쿠로로롱... 콩컹!"
차원이 벽에 그려진 그림들을 향해 손을 뻗으려고 한 순간이었다.
"고, 여기 좀 더 자세히 보게 자세히.. 어? 위에 저게 뭐.."
"쿠롱?!"
갑자기 머리 위에서 엄청나게 하얀빛이 나타나면서 허공에서 거대한 손이 나타나 터널을 부수기 시작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이 공간 자체를 부수는 느낌이었다.
"어어..? 뭐야!"
"콩컹컹!"
가만히 잠자던 물들이 차원의 놀란 표정은 보지도 못한 것처럼 춤추듯 요동 쳤다.
벽돌 하나하나가 해체되며 그의 옆에는 이끼들과 구석에 있던 벌레들이 벽돌들과 함께 날아다니고 있었다.
처음의 충격으로 뒤집힌 배에서 튕겨 나온 차원과 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 이리 와 고!"
"코공공..!!"
차원은 마치 수영을 하듯이 공기를 가르며 저쪽에 있는 고에게 가기 위해 애썼지만, 쉽지가 않았다.
마치 무중력에 있는 것처럼 모든 물체들이 허공을 둥둥 떠다니며, 서서히 위에 있는 흰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지. 그래도 나이에 비하면 꽤 '여행'을 할 수 있었던 특별한 마법사인 그에게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고 역시 원래 몸으로 변하기 위해 애쓰는 듯 보였지만, 잘 되지 않는 듯 당황해서 마구 짖어대고 있었다.
"으아악! 고!!!"
"쿠로로로롱!!!"
한 명의 마법사와 한 마리의 강아지가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무시무시하게 등장한 손 역시 만족이라도 한 듯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이 공간의 차원을 탐하기라도 하듯이 새하얗게 비췄던 빛 역시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짧은 소동으로 어디론가 대피해 있던 어둠이 꾸물거리며 나타나더니, 수로의 뻥 뚫린 허리를 꿈틀거리며 채워 넣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시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가버린 터널은 방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히 그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