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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대리 May 26. 2024

이대리는 왜 유투버가 되었을까?

'이기적 이타심'

10년이라는 시간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내가 찾던 파랑새는 없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해외이민을 떠나 새로운 일을 하면서 다시 돌아와서 은행원이 되기까지...

나의 이런 여정을 지켜보며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응원을 해주었다.

결국 지나고 나서 보니 마치 어려운 시험문제를 고민하고 풀었는데 '정답 없음'이라고 적혀 있는 답안지를 보고 있는 기분 같다고나 할까?

덕분에 손도 대지 못한 다른 문제들은 내 인생의 기회비용이었을 것이다.

 

결코 짧지만은 않았던 10년 간의 여정을 지금 시점에서 나만의 용어로 정의 내리고 싶었다.

찬란한 고통.. 용감한 바보.. 안정적인 권태..

모순 같은 삶 속 단어들 속에서 결국 '정답은 없다'라는 허무한 진실만이 현재 내 인생 최종 답안지로 남아있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인생은 참 허무하다. 그래서 지나온 길도 앞으로 나 아길 길도 결국은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야만 한다. 엎어지고 넘어지며 걸어온 10년의 시간.. 비록 나는 과거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지나온 발자국은 파랑새가 아닌 '진짜 나의 모습을 찾게 해 준 시간들'이었음에 감사하다.

그 시행착오 속에 깨달은 것들을  자양분 삼아 지금 현재의 나를 더욱 성장시키려 한다.


지금도 나는 '은행'이라는 조직 안에서 '고통과 권태의 중간 어디쯤의 삶'에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조직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바꿀 힘이 없을 때.. 우리 각자는 존엄한 존재로서 환경을 바꿀힘은 없어도 그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자유는 가지고 있다.

나는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지난 10년의 여정 속에서 발생한 '마찰력'으로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가진 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정의해야 한다'

내가 은행에서 근무를 하는 동안 가장 즐거웠던 순간들은 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통해 도움을 줬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경험한 것을 나누겠다는 꿈...'

그것으로부터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자본주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이란 곳에서 여전히 돈 얘기만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돈돈 거리는 이 사회에 큰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돈보다 가치전달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내가 알고 있는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일에 전념하며 이런 고민을 하고 삶을 살아가면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 돈도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현실과 이상의 중간 어디쯤에서 스스로 타협하며 '또 다른 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의 유튜브 채널 '현직은행원 뱅대리의 상담창구'였다.

'당신의 은행가는 시간을 저금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유투버 뱅대리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온라인 상담을 해주기 시작했다.

영업점에서 물심양면 도와주고도 결국 카드와 보험을 팔면서 감동과 실적을 등가교환 해야 하는 현실세계와는 다르게, 온라인에서 내가 만들어놓은 이 공간에서는 순수하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세상의 시계가 아닌 나만의 시계에 세상을 맞추고 싶었던 오랜 바람'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은행에 오는 손님의 대부분은 자신의 반나절 혹은 하루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은행에 방문을 한다. 누군가는 연차휴가를, 누군가는 바쁜 점심시간을 쪼개어서 단 하나의 질문과 상담을 위해 기꺼이 은행 방문을 하고 있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하고 있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내가 작게나마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온라인 상담 창구'를 운영하면  나의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이 뱅대리라는 부캐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고 있으며 그분들에게 대가 없이 베풀고, 받는 감사 인사 한마디에 매우 큰 자부심과 행복함을 느낀다.

물론 이런 나의 행동이 몇몇 주변 인들에게는 '특이한 행동'으로 비치는 것 같다.

"돈도 안 되는 그런 걸 왜 해?"

"그런 거 할 시간에 차라리 승진 자격증 공부를 해"

"...."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특이한 사람'으로 불리고 싶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굳이 나의 또 다른 자아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나는 이런 나의 행동을 '이기적 이타심'이라고 스스로 정의 내렸다.

어차피 아무도 갖지 않는 관심 속에서 나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뱅대리로 살아갈 때 너무 행복하다.

그냥 이대리로 살아도 괜찮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고, 그 결과, 지금 뱅대리로서의 삶을 통해 이대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결핍을 채워가고 있다.


'행복의 크기가 아닌 빈도를 늘리자'

이게 바로 내가 돌고 돌아 깨달은 '행복론'의 핵심명제이다.

나는 행복도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습관을 만들려면 자주 행복해야 한다.

10년 동안 내가 지켜봤던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한 일이 생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사람들'이었다.

또한, 이제는 변화하는 대상에서도 행복을 찾지 않으려 한다.

'이 일만 잘 되면 행복해질 거야..'

'이 만큼만 돈을 모으면 행복해질 거야..'

이런 변화하는 목표 속에 갇혀 살았던 나의 과거들이 아마도 내 행복을 가리는 장애물이지 않았을까??

나는 이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이렇게 주문을 외운다

'지금 당장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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