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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럽키진 Nov 07. 2022

매년 승진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

웃음끼가 사라진 아이들을 곁에 두고 있는 부모에게

 세 아이를 키우면서 중, 고등학교 진로강사로 활동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열정을 갖고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눈을 본다. 무표정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보다 더 슬퍼 보인다.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다. 공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빼고 새로운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배우는 수업에는 화색이 돈다. 그마저도 귀찮다는 듯 엎드려 있는 아이도 간혹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장아장 걷는 세 살 아이의 표정을 떠올려 보자. 휴대폰에 저장된 과거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웃음이 난다.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과 또랑또랑 한 목소리... 몇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아마도 이런 생각조차 하고 있지 못하는 부모도, 알지만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하는 부모도,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몇 시간 수업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무언가 찝찝하고도 답답한 마음이다. 안타까움이 큰 것이리라.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왜 이리 힘들어 보이냐는 말에, 요즘 즐거운 일이 뭐냐는 말에, 학교 끝나면 뭐하고 시간을 보내냐는 말에도 모두 학원과 공부가 지겨운 말투 속에 섞여 있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무기력함과 포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아리다.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만 들었었는데, 실감이 난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것은 아이들이 진짜 꿈이 없는 것일까? 꿈이 있다고 말하기 힘든 것은 아닐까? 조금이라도 관심 가고 좋아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아이들은 없다고 본다. 진로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좋아하는 것과 진로 관련하여 하고 싶은 일을 알게 된다. 집에서 부모에게 이야기만 하지 않을 뿐, 자신의 생각은 다 있어 보인다. 


 그러면 과연 이런 일이 생겨난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생각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해맑게 웃을 때에는 건강만 해다오 하다가 갑자기 승진 시험에 잘 통과하지 못하면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차별하고 면박을 준다. 혹독한 현실을 지금 당장 적응해야 할 것처럼 자진해서 세상의 온갖 부정적인 경험을 무료로 시켜준다. 이렇게 무료로 해주는 것에 감사라도 하라는 태도로 말이다. 어쩌면 세상이 참 무서울 수 있을 것 같다. 희망이 없어 보일지 모른다. 


 마치 회사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입사를 하고 승진 과정을 거치고.. 힘든 상사와 안 맞는 동료와 하루 종일 씨름을 하며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상황이 아이들과 비슷하다. 어른들은 공부만 하는 학생이 얼마나 편하냐고 할지 모른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학교에서 보호해 주고 안내해주는 위치가 얼마나 안정적이냐며.. 매일매일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꿈을 이야기할 만한 곳도 대상도 없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느리게 이야기를 하기란 쉽지 않다. 진로 수업을 하며 꼭 빼놓지 않는 것이 있다. "많이 힘들지." 하는 말. "공부하느라 정말 애쓴다." "나를 먼저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자."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는 없지만, 아이들의 살짝 수줍어하는 미소를 보게 되기도 한다. 





 현재 중2, 초5, 초3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웃음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항상 마음에 품으며 행복한 삶을 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다고 책임감 없이 살아가라는 것은 아니다. 웃으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최선을 다 하면서 힘들면 쉬기도 하고, 성취를 위해서는 어렵지만 노력도 하면서 지내는 삶. 스스로 선택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을 어릴 때부터 기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큰 딸이 말한다. "엄마, 중2 중에 나처럼 밝고 행복한 아이가 또 있을까!" 감사하다고 말하며 꽉 안아준다. 



 이런 게 행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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