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을'이 아니다! 참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지식 백과에서 갑질을 검색하면,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널리 알려진 갑질은 대략 "을을 하인 부리듯이 대하며, 을이라면 손윗사람에게도 반말한다. 자신의 과오를 을에게 떠넘긴다.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따르기만을 강제한다. 부탁할 때는 비굴하게 굴기도 하지만 도와줄 때는 끊는다." 식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갑질의 유형도 다양하고 피해 사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흔히 겪는 갑 오브 갑이 바로 '시댁 갑질'이다. 아마도 사회에서 묵인하고 넘기는 가장 황당하면서도 억울한 사건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부각되지 않을 뿐.. 시댁 갑질은 갑질이 아니라고 부정당하고, 당연시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며느리 스트레스'는 명절에만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유독, 유일하게 명절에만 방송에 내보낸다. 평상시에는 잘 지내다가 명절만 스트레스받아서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들은 서서 계속 음식 장만에 주방에서 종일 일하는 모습이고, 남자들은 둘러앉아 여유를 즐기는 장면이다. 거기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눈치 보는 남편들도 간혹 있다. 명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대판 다툰다. 며느리라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그런 말들을 늘어놓는다. 그것도 남편이 적당히 들어주는 척이라도 한다면 다행이다.
" 일 년에 몇 번이나 간다고 그래!"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엄마가 음식 준비는 다 하셨잖아. 그냥 좀 맞춰주면 안 되냐!"
"다 늙으신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인데, 그걸 또 마음에 두고 있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
"그러면 직접 어머니께 말씀드리던가! 나한테 화풀이하지 말고!!"
...
...
...
수도 없는 말들을 주고받는다. 하다 보면 왜 이런 말들을 주고받고 있어야 하는지 화가 날 것이다. 내가 왜 어찌하여 이런 남자와 결혼을 했느냐까지 생각이 내려온다.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몰랐으니 만났지"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어쨌든 내가 선택한 남자인 것을..
여자들은 처음 만난 사람과 '시댁' 이야기만 하면 어색함이 사라지고 하나로 뭉쳐진다. 신기한 경험을 아마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두 사람 이상이 모여 누구라도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끝없이 나오는 '시댁의 비화'
참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중한 시간에 어째 시댁 이야기로 기분을 상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 며느리들은 허심탄회하게 풀어낼 시간도 장소도 사람도 없다. '며느리'라는 호칭도 듣기 싫을 만큼. 그렇게 불려지는 게 싫다. 좋은 소리를 할 때 함께 따라오는 호칭이 아니라는 것을 수없이 겪어 보았기에 그렇다.
"며느리의 자리를 포기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삶을 며느리 안에 가두면서 힘들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잘못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했을 뿐, 며느리가 되겠다고 결혼을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시댁 갑질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자들과 공존하는 사회에 몸을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오롯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사회와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바꾸겠습니다."
" 내 아들이야" "내 아들과 결혼했으니 넌 우리 집안사람이야" "내가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시댁 갑질은 결혼 후에도 아들이 내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결혼을 떠나 자식은 배속에서 나온 순간, 내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임신 전에도 열 달을 품고 있는 중에도 "자식은 내 몸을 빌어 세상에 나온 것일 뿐, 내 몸이 아니다"라는 생각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마치 내가 낳았으니까 내 것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비극의 시작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조차 인식을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까 당연스레 몸에 배어 있던 것들이 아들이 결혼하자마자 며느리에게 갑질을 쏟아내는 것이다.
"내가 갑질을 한다는 것이냐?" 당황하며 억울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내 아들한테 잘해달라는 것이 갑질이라고?" "그 아들을 낳아준 시어머니에게 잘하라는 것인데 그게 갑질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다는 말투가 상상이 된다. 그게 왜 잘못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남편 생일, 전화가 걸려온다.
"땡땡이 미역국은 먹었니?"
미역국을 남편이 먹어야 하나?.. 출산을 하고 먹는 미역국을 왜 남편이 먹어야 하는가. 그 미역국을 끓여줘야 뭔가 아들이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님 생일을 잘 찾아주고 있는지 궁금해서 인가? 알 수가 없다.
며느리 생일에 남편에게 전화해서 "아내 미역국은 끓여줬니?"라고 묻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아내도 미역국을 꼭 이날 먹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결혼 후에 생일은 서로 잘 챙기면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인데.
며느리가 불만인 것은 그것을 시어머니가 챙기라 말아라 하는 것이 싫고, 내 아들을 챙기나 안 챙기나 주시하고 있는 느낌, 강요하고 있는 것이 불쾌할 뿐이다.
"어른 공경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너희도 똑같이 대접을 받을 수 있어"라는 말로 가스 라이팅 하지 않는 진짜 어른을 공경하고 싶다. 그런 어른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공경하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할 것이다. 기분 내키는 대로, 소유물인 아들이 가지고 있는 장난감에게 하는 것처럼 쏟아붓는 상처 주는 말로 공경받을 생각은 하지 말아야 그게 예의고 상식이다.
사랑해서 결혼을 한 부부의 시행착오를 그냥 눈감아 주자. 십여 년이 흐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어머니 자리에 앉아있겠지. 그때는 고민을 하겠지. 어떻게 해야 며느리와 관계가 좋을지..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일단 물어보자. 어떤 관계를 원하냐고.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 가끔 만나 원하는 도움을 주는 관계. 부담스럽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그런 관계가 좋다고 한다면 받아들이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려면 아들이 데려온 여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와 별개인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자.
지금에 나, 며느리인 나는 그러기에는 타협이 전혀 되지 않으니 이번 생은, 힘들고 안타까웠던 15년의 며느리 생활을 버리고 순간의 행복을 즐기는 중이다. 그리고 훨씬 남편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음에 무지 많이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