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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Sep 22. 2023

행동패턴

골프에서 '루틴'이라고 하는 각자의 습관적인 행동패턴들이 있다. 그 루틴대로 하지 않으면 뭔가 불안함을 느끼고 미스샷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골프 스윙의 한 부분으로 강조되고 있다. 루틴이 '스윙을 하기 전 취하는 습관' 같은 것이라면 행동 패턴은 좀 더 확장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첫 몇 홀동안 카트를 타지 않고 걸으며 몸을 푸는 것도 코스에 빨리 적응하기 위한 하나의 행동패턴으로 볼 수 있다.

조인어플을 활용해서 원하는 타수대와 연령등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데, 다양한 분들과 조인 플레이를 하면서 여러 골퍼들의 행동패턴을 관찰할 수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됐던 것들도 있었다. 특히 퍼터를 유심히 관찰하는 편인데 퍼팅 방법이 사람마다 정말 다양한 것 같다. 호흡은 어떻게 하는지 그립이나 볼의 위치를 어디에 두는지 등 아주 사소한 동작 하나도 유심히 관찰하고 결과가 좋은 펏팅을 하는 사람들의 퍼팅 패턴은 기억해 뒀다가 나에게 적합한지 따라 해 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퍼팅 동작을 유심히 보면, 구력이 오래된 사람들은 퍼팅에 신중하고 주변을 잘 살피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얼른 치고 그린을 벗어나기 바쁘다. 연습장에서도 보면 퍼팅 연습을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드라이브에만 열심히다. 골프에서 퍼팅이 가장 움직임이 작고 섬세해서 사람들이 재미없어 할 수도 있는데 알고 보면 가장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순간은 퍼팅이다. 홀컵 안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 공을 보면 온몸이 짜릿한 쾌감 같은 것을 느껴지고 몰입감과 긴장감이 가장 큰 퍼팅 순간을 개인적으로는 가장 즐긴다.


나는 말렛형 퍼터를 쓰는데 내 퍼팅 방법도 특이해서 사람들로부터 이목을 끈다. 3미터 이내 퍼팅을 할 때는 100% 중력으로 치기 때문에 샤프트를 자연스럽게 수직으로 세워 쳐야 하는데 공과 거리가 엄청 가깝고 허리도 많이 굽히게 된다. 이때 내가 가진 몸의 벨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오른발이 살짝 앞으로 나오는데 발끝선을 똑바로 서는 사람들이 보면 당연히 이상하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최대한 당겨 치지 않기 위해 고안해 낸 나만의 퍼팅 방법이다. 다른 건 몰라도 퍼팅은 똑바로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방법을 알아도 쉽지가 않은 것이 골프인지라 여간해서는 싱글 플레이하기 어렵다. 개그맨 김국진 씨 골프 방송을 보면서 싱글플레이의 교본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의 드럽고 간결한 스윙도 좋아하지만 전체적인 코스를 공략하는 능력을 더 관심 있게 본다. 아마추어 골퍼로서 쉽고 편하게 파를 잡는 그는 정말 대단한 골퍼임에 틀림이 없다.

'어쩜 저렇게 쉽게 치지?'

숫자 위 점 표시는 파3, 선 표시는 파 5 홀이다

내가 싱글 쳤던 스코어카드를 가끔 살펴보는데 파가 확실히 많다. 아직 사이클버디할 실력이 못돼서 스코어 카드에는 버디가 많이 없는 것이 아쉬운데 한 경기에서 최대 버디수는 3개밖에 안된다. 중요한 사실은 파 3홀 4개 중 3곳에서 보기를 했다는 것이다. 유독 파 3홀에 약한데, 나에게 파 3홀에서 파는 엄청 좋은 결과다. 파 3홀에서 실수하는 원인을 꼽으라면 홀인원을 그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홀인원 보험을 2개씩이나 들고 있는데 티샷을 하러 올라갈 때마다 홀인원 욕심을 내서 제대로 샷을 못하는 것 같다. 이 또한 마음을 흔드는 작용을 하므로 최대한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좋다.


내가 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습관처럼 하는 패턴이 있다.

첫째, 처음 티잉구역에 섰을 때 좁거나 내리막 심한 곳, 드라이버 랜딩지점에 페널티나 벙커가 있을 때 그리고 조금이라도 불편할 때에는 드라이버보다 유틸리티나 아이언을 잡는다. 그래서 평소 드라이버보다 유틸리티 연습을 훨씬 많이 한다. 잊지 말자! 티샷은 어떤 경우에도 살고 봐야 한다. 골프는 내 멋진 모습을 보여주거나 자존심 세우는 운동이 아니라 코스를 공략하는 운동이다.


둘째, 세컨샷은 완벽하게 넓은 페어웨이와 공의 위치가 좋을 때만 하이브리드를 잡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언을 잡는다. 하이브리드로 2 온 공략은 웬만해선 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로 막창 나기 딱 좋기 때문이다. 세컨이 페널티구역으로 가면 가장 최악이다.


셋째, 파 4홀 2 온, 파 5홀 3 온이 가장 좋지만 못 올릴 것 같다면 좋아하는 어프로치 거리를 남긴다. 무조건 큰 클럽으로 세컨을 공략하지 않고 좋아하는 캐리거리 110m, 100m, 80m, 70m, 50m, 30m 중 최대한 가까운 거리가 남도록 세컨을 보낸다. 캐리거리가 중요한 이유는 그린 상황(일반적으로 딱딱하면 공이 잘 튄다)에 따라 공이 굴러가는 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거리를 따질 때는 항상 캐리거리를 알아야 한다.


넷째, 어프로치는 무조건 S와 A를 가져가서 공이 놓인 상황과 낙하지점, 그린 기울기등 모든 상황을 조합해서 가장 실수를 적게 할 것이라 확신이 드는 웨지를 선택한다. 웨지 클럽은 먼 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거리와 방향을 만드는 클럽이다. 최대한 짧게 잡고 공과 몸을 밀착시켜 필요 이상의 동작을 만들지 않는다.


다섯째, 퍼팅은 볼라인을 놓지 않는다. 플레이선(공이 지나가는 라인)에 있는 어떤 가상의 지점을 타깃으로 삼고 그 지점을 공이 지나도록 퍼팅한다. 퍼팅을 하기 전 넣을 것인지 붙일 것인지 먼저 결정하고 내리막인 경우 지나가지 않도록 하고, 오르막은 지나가도록 강하게 한다.


여섯째, 트러블 상황에서 샷을 하기 전 아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기본적으로 평소와 같은 상황이 아니어서 평소와 같은 스윙으로는 절대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습스윙을 통해 상황을 판단한다. 클럽을 열어 칠 때도 있고, 닫아야 할 때도 있는데 연습 스윙으로 다시 확인한다. 클럽헤드가 떨어지는 포인트, 클럽 페이스가 임팩트 순간 어디를 향하는지 확인하면 공의 어떤 부위를 맞추고 어디로 향하는지 대략 알아낼 수 있다. 트러블 상황은 공을 탈출시키거나 그린에 올리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 '잘 쳐야 한다' '트러블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식으로 자신에게 부담감을 주면 오히려 미스샷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연습 스윙을 믿고 쳐야 한다.


위에서 말한 여섯 가지 패턴은 코스에서 내가 일반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며 싱글플레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분명 있다. 구력이 쌓이면 자동으로 터득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방법을 유심히 지켜보며 배운 사람들도 있다. 나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며 많은 연습으로 내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습관적인 행동패턴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혔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전체적인 스코어를 분석해 보면 싱글플레이를 할 때 대체적으로 파(Par)가 많은 날이다. 이 중 많은 수가 버디 펏을 놓쳐 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3미터 이내 버디  놓이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실력이므로 숏 퍼팅연습을 더 연습 것이 나에게 남은 과제라 생각한다.


이 밖에도 기술적인 또는 습관적인 패턴 외에도 라운딩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샷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매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잘해야 한다.' '잘하고 싶다.' '뭔가 보여 주겠어!' 하는 잡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무조건 힘들어가고 부담으로 느껴진다. 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 템포, 타이밍이다. 이 것에서부터 부드러움이 나오고, 정확한 임팩트가 나온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 뒤 리커버리가 진짜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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