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삼아 시작한 골프, 나이 50에 시험까지 치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노안으로 책을 볼 때 두어 달 고생한 것 빼고는 모르던 걸 알게 돼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운동하고 있다. 골프 규칙은 복잡하게 말을 꼬아놓은 것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워서 3번쯤 정독한 것 같다. 전문지식이라 하긴 좀 그런데 골프를 시작하고 이론공부를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모르고 있었던 규칙과 용어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골프 생활체육지도자 시험을 준비하면서 골프가 참 특이한 운동이구나 생각한 것이 있다. 대부분 스포츠는 선수가 반칙을 할 경우 비디오판독을 통해 심판이 판정을 하지만 골프는 그렇지 않다. 비디오를 판독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을 지켜보는 심판이 없어도 스스로 규칙 위반 한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에게 페널티를 줘야만 한다. 이게 가능할까? 골프 규칙에 특이하게도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는 플레이어의 행동 규칙만 보더다로 플레이어의 양심과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는 골프가 매너게임인 것임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평소 잘 못 알고 있는 골프 규칙에 대한 상식이나 알아두면 좋은 규칙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컨시드를 받은 사람이 공을 홀컵에 넣으려고 할 때 "못 넣으면 한 타!"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컨시드'는 볼을 홀컵 가까이 붙였을 때 한 타를 받고 홀아웃 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컨시드는 번복하거나 거부할 수 없으며 최종적인 것'으로 정의하는데 컨시드를 받고 스트로크 한 볼이 홀컵에 들어가지 않아도 이미 컨시드 받았기 때문에 못 넣어도 상관은 없다. 누군가 '컨시드'를 외치면 플레이어와 캐디가 '고맙습니다'라고 한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한테 준 컨시드를 캐디가 왜 고마워하지? 궁금해한 적이 있다. 컨시드를 받음으로써 경기 진행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공을 홀컵 가까이 붙였던 멀리 있던 상관없이 경기 중 언제든지 컨시드를 줄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스트로크 전에 주는 '스트로크 컨시드'가 있고, 홀을 시작하기 전에 주는 '홀 컨시드'와 매치를 시작하기 전에도 '매치 컨시드'를 줌으로써 홀이나 매치를 바로 끝낼 수 있다. 골프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홀이 끝나기 전 또는 매치가 끝나기도 전에 컨시드를 주고 경기를 끝내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이런 경우다.
2. 볼에 흙이 잔뜩 묻어 있거나 모래에 푹 박혀있는 상황에서 "선수보호 차원에서 공 좀 닦을게"한다.
'코스는 있는 그대로 볼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한다.'라는 골프 대원칙이 있다. 의도적으로 코스를 훼손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를 할 수 없고, 공을 건드리거나 움직이면 안 된다. 공에 흙이 묻어 닦아 내거나(티잉구역, 퍼팅그린 제외) 벙커에서 볼이 푹 박혀버렸을 때도 공을 건드릴 수 없다. 있는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 간혹 풀숲이나 모래 속에 들어간 볼을 찾을 때 실수로 건드리는 것은 고의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누구 볼인지 확인하거나, 깨졌는지 확인할 때도 볼마크하고 집어 올리면 된다. 잘 모를 때는 레프리(경기위원)를 부르면 된다.
어떤 경기에서 선수가 자신의 볼이 저절로 움직였다며 레프리를 부르는 장면을 봤다.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볼을 움직인 것이 아니라 바람이나 자연의 힘(중력 등)에 의해 움직인 거라면 페널티는 없다. 선수는 이런 것을 악용하여 자신과 동반자를 속이는 비양심적인 행동을 해서도 안된다.
3. 퍼팅그린에서는 황당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대충 편하게 진행하는데, 내기 골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한 번은 퍼팅그린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가 공을 건드린 적이 있었다. 당연히 볼을 제자리에 놓으려 했는데 친구들과 캐디가 한 타 친 거라며 박박 우겼다. 페어웨이에서 연습 스윙하다가 건드린 거랑 뭐가 다르냐며 규칙을 알아야 할 캐디가 한술 더 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규칙을 제대로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퍼팅그린에서 연습 스윙하다가 우연히 볼을 건드렸거나 모르고 발로 차거나 움직이게 했을 때 벌타 없이 원래 위치에서 플레이한다.
퍼팅그린 밖에서 친 볼이 그린에 있는 볼을 맞추었다면 신경 쓰지 말고 그대로 플레이하면 된다.
퍼팅한 볼이 정지해 있는 볼을 맞추면 2 벌타를 받는다. (맞을 것 같으면 마크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볼마크가 맞는 건 상관없다)
두 선수가 서로 퍼팅한 볼이 부딪혔다면 타수에 포함되지 않고 원래 위치에서 다시 플레이한다.(대부분 타수 포함시키고 그 자리에서 하는 걸 많이 봤다 ㅋㅋ..)
어프로치를 한 두 볼이 퍼팅그린에서 부딪혔다면 정지한 그대로 플레이하면 된다.
볼마크를 한 상태에서 퍼팅을 하면 1 벌타를 받는다. (이런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 아무리 바빠도 볼마크는 치우고 퍼팅하자)
4. 티샷을 했는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애매한 상황일 때 캐디가 '가서 보실게요'라고 말한다.
아주 가끔이긴 한데 '프로비져널 볼 치고 갈게요'라고 대답할 때가 있다. 대부분 OB 특설티에서 치지만 구질체크도 할 겸 해서 OB가 날 경우 프로비저널볼을 쳐서 규칙에 있는 '스트로크와 거리구제'를 미리 받는다. 볼이 나간 곳에 가서 원구(원래 볼)를 찾아보고 없으면 프로비져널 볼로 4번째 샷을 하면 된다. 간혹 볼이 2개 모두 발견되었지만 원구와 프로비져널 볼이 구별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할 때가 있는데, 이 경우 두 볼 모두 프로비져널 볼로 간주되므로 반듯이 원구와 구별되는 볼을 사용해야 한다. 대회에서는 "프로비져널 볼, 무슨 공 몇 번 칩니다."라고 얘기하고 스트로크 해야 한다. 아니면 벌타를 받는다.
5. 페널티 구역에 들어간 볼은 칠 수 있으면 쳐도 된다.
이 사실을 모르고 그냥 1 벌타 받고 특설티에 가서 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볼이 놓인 상태를 확인하고 칠만하면 치는 것이 좋다. 반대로 트러블 상황에서 억지로 스트로크 하다가 미스샷을 하게 되면 차라리 특설티에서 칠 걸 하며 후회할 때도 있다. 잘 판단해서 하면 된다.
6. 벙커에 공이 들어가면 절대 모래를 건드릴 수 없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전 골프규칙이 개정되면서 상황에 따라 모래를 건드릴 수 있게 되었다. 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모래를 건드릴 수 없고 아래와 같은 예외적으로 모래를 건드릴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볼을 찾기 위해 모래를 뒤적일 때
잠시 쉬거나 균형을 잡기 위해 클럽에 기댈 때
자신의 플레이에 실망하여 클럽으로 모래를 내려칠 때
클럽이나 장비를 벙커에 던져둘 때
스텐스를 잡으려고 모래를 발로 비빌 때
스트로크 이후 모래를 정리할 때
8. 가끔 클럽을 다양하게 구비해 다니는 분들을 본다.
드라이버나 퍼트가 2개씩이나 있고 안 쓰는 클럽을 합쳐 18개까지 들고 다니는 사람도 본 적 있다. 골프 클럽은 14개까지 허용된다. 쓰든 안 쓰든 백에 들어 있으면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만약 당장 치울 수 없다면 안 쓰는 클럽은 거꾸로 넣어서 표시를 하면 된다. 하지만 캐디가 싫어한다는 사실은 기억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