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밭 위에 하이얀 눈사람이 홀로 서 있습니다.

빨간색 목도리를 두른 채 뭍사람처럼 웃습니다.

제 몸은 서슴없이 내려앉아 옷깃을 적시는 차가운 것인데 그러고 있으니 추워 떠는 듯합니다.

구석구석 흙이 뒤섞인 눈사람은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눈이 귀한 곳에선 그마저도 환상적입니다.

쓸모없는 한철 친구일지도 모릅니다.

허나 뜨거운 심장 가진 듯 주황빛 조명 아래 고운 타원을 그리는 미소는 내 마음 알아주는 듯합니다.


눈은 순간 피어났다 사라지는 신기루 같습니다.

처음엔 그 서슬 퍼런 추위에 놀라다가도

온 세상을 덮는 위력에 감탄하게 되고

알록달록한 세상이 같은 옷을 입고 제 옷차림을 뽐내는 게 퍽 예뻐 보입니다.

흰 고요함이 깃든 아침의 설렘은 벅차고

백지 속 고원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어느 땐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얼음 땡 놀이를 하듯이

그곳에서 꿈쩍 않고 멈춰있는 듯합니다.

저 아인 얼마 후면 본인의 일부가 다시금 저 바닥에 무수히 깔린 눈길 속으로 사라질 거라는 걸 알까요.

쓸데없는 동심의 나래라며 나무랄지도 모릅니다.

허나 검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 아래 덤덤히 짓는 미소는 속식이는 듯합니다.


저 별을 한번 따보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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