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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다섬 Jun 04. 2023

[교단일기]끓다 식은 것

'돌은 어디서 왔을까?'

한라산 사라오름으로 가는 돌길을 걸으면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한라산은 휴화산이니까 화산활동으로 생겼겠지?' 속으로 과학적인 답을 찾으며 돌을 밟아 올라갔다.


매끄러운 돌, 뽀족한 돌, 기울어진 돌, 반듯한 돌. 각자 모양, 크기, 색깔도 다 다른 돌이지만 산을 오르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사람들이 보지 못했을 언제인가 내 발밑 돌도 화산처럼 뜨거웠을 것이다. 땅 위를 흐르면서 가슴 속 열기를 내뿜기도 했을 것이다. 뜨거운 몸을 식히며 천천히 단단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의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었다.


가끔 신규 때와 비교해서 교직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내 열정이 다 식어서 별 볼 일 없는 선생님이 돼버리면 어쩌지 두렵기도 하다. 산을 오르면 끓다 식었지만 누군가에게 발판이 되어 지지해주는 돌을 보며 위로가 되었다. 열정이 식은 자리에 연륜과 경험이 채우고, 뜨겁게 흐르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서 든든하게 아이들을 지켜주는 교사는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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