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다자이오사무의 쯔가루를 읽어보면 그가 쯔가루를 기행 했던 1944년은 5월 중순에 벚꽃이 만개했다고 나오는데 < [브런치북] 다자이가 북쪽으로 간 까닭은? (brunch.co.kr)>, 그만큼 기후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나 보다. 올해 여기 벚꽃은 작년보다 1주일 정도 빠르다고 한다.
일본의 벚꽃구경은 국민행사다. 웬만한 공원에는 벚꽃나무가 있어, 벚꽃이 만개할 때면 공원의 벚꽃 아래서 가족이나 지인들끼리 소풍을 즐긴다. 작년까지는 코로나 때문에 공원의 벚꽃 아래서 음식이나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올해는 나무 아래 앉아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내놓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본에서도 특히 벚꽃으로 유명한 몇 곳이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이 아오모리 현의 히로사키시에 있는 히로사키성의 벚꽃이다. 나도 작년에 처음으로 히로사키성의 벚꽃 구경을 갔었는데, 소문대로 화려한 벚꽃과 벚꽃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2022년 봄 히로사키성의 벚꽃
작년에는 답사로 다른 곳의 벚꽃도 구경할 일이 있었는데, 아오모리 쯔가루 지역의 아시노 공원의 벚꽃이다. 개인적으로 히로사키성의 벚꽃 보다 쯔가루의 아시노 공원 벚꽃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 벚꽃이 지기 전에 시간을 냈다. 히로사키 공원과 가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아시노 공원의 벚꽃구경을 선택했다.
아시노공원역 입구. 옛날 모습 그래로의 작은 역(좌) 열차가 벚꽃 터널로 들어오자 플랫폼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우)
여기를 선택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멋진 벚꽃 나무가 있다. 지천에 널린 게 벚꽃나무지만 아래 사진의 벚꽃 나무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렇게 멋지게 서있는 벚꽃 나무는 못 본 것 같다. 함께 갔던 지인과 내년에는 이 벚꽃나무 아래서 벚꽃소풍을 즐겨보자고 했다. 이 벚꽃나무를 보면 한해 벚꽃 구경은 다 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리고 여기 아시노 공원과 아시노 공원역은 70, 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느낌을 준다. 철도 역사 건물도, 근처 가게 건물도 옛 모습 그대로이다.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공원 앞에 작은 가게들이 몇 개 있는데 이 건물들의 디자인도 70년대나 80년대 그대로의 느낌이다. 아마 가게 메뉴도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곳의 벚꽃 경치는 봄이 되면 지역 신문에 자주 소개되는데 철길 양쪽의 벚꽃나무가 마치 터널처럼 벚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터널 사이로 기차가 달리는 모습이 벚꽃 관광지로 소개된다. 여기를 달리는 기차 이름은 달려라 메로스인데, 여기가 인간실격의 저자 다자의 오사무의 고향이라 그의 소설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벚꽃이 만개하여 벚꽃 터널을 만드는 이 시즌에는 달려라 메로스가 벚꽃 터널을 지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지역 신문에도 소개되는 것이다.
벚꽃 터널로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좌) 기차가 역에 정차하자 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여기 공원과 역은 규모가 적당하고 접근성이 좋다. 바로 공원 코앞에 차를 주차할 수 있으며 크게 분비지도 않아 기다지 않고 주차할 수 있고 주차도 무료로 할 수 있다. 이곳이 그렇게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간단한 군것질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유명한 게 된장 오뎅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다. 다이어트 중이라 우동만 시켰는데 가스가 갑자기 떨어졌다고 가스 배달을 부탁했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한다. 배가 고파 우선 가스가 필요 없는 된장 오뎅을 먼저 시켜 먹었다. 금세 가스가 와서 우동도 맛있게 먹었다.
된장 오뎅 100개 400엔(좌) 산채우동 500엔(우)
그리고 여기는 다자이 오사무의 고향이이다. 근처에 사양관이라는 다자이의 생가가 있으며 아시노 공원은 다자이 오사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으로,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아시노공원 옆의 작은 레스토랑에도 다자이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다자이의 기행문 같은 소설 쯔가루에서도 이 역이 소개되어 있다. 그 내용은 이 지역 정치인이 동경역에서 아시노공원 역까지의 기차표를 부탁하자 동경역 역무원이 그런 역은 없다고 하여, 30분 동안 실랑이를 벌여 동경에서 아시노 공원까지 표를 끊었다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번에 점심으로 산채우동을 먹고 보니 '빨간지붕카페 역사'라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 보였는데 다음에 아시노 공원에 오게 되면 여기서사과 카레라이스를 꼭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