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료에 의하면 한 해 약 800만 톤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800만 톤이면 점보제트기 5만 대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이렇게 해서 생명의 보고 바다에 매년 쓰레기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다.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70% 이상은 플라스틱이다.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쓰레기들이 길가에, 하천에 버려져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쓰레기가 된다. 즉, 해양 쓰레기는 제대로 처리해야 할 쓰레기를 누군가가 양심과 함께 버려버린 비양심 덩어리이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분해되는 데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몇 십 년부터 몇 백 년까지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에 쓰레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2050년에는 바닷속 쓰레기 양이 물고기 양보다 많아질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참고로 플라스틱의 평균 사용 기간은 6개월이라고 한다.
해양에 몰려든 쓰레기는 바다 생태계를 위협한다. 먹이와 쓰레기를 구분할 수 없는 생명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쓰레기를 먹고 죽은 새의 사진, 쓰레기를 먹고 죽어 해안에 밀려든 고래의 사진, 그물에 걸린 거북이의 사진 등은 해양 쓰레기가 바다 생태계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는 잘 보여준다.
인간은 안전한가? 신진대사 전문가인 한 지인은 생선의 내장은 가급적 피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내장에 미세플라스틱이 남아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는 젓갈을 좋아하는데, 특히 생선을 통째로 발효시키는 젓갈은 조심할 수밖에 없다.
해양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분해되어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가라앉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미스플라스틱은 이미 해양에 버려진 유해화학물질과 결합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결합한 오염 덩어리를 다시 물고기들이 먹게 되고 그렇게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의 일부는 결국 인간의 몸으로 흘러들어오게 되는 구조다.
지난 토요일은 학생들을 데리고 현지 조사 겸 쓰레기 정화활동에 나섰다. A강의와 B강의 수강생들이다. 여기 아오모리는 해양쓰레기가 꽤 밀려든다. 무츠완 내에서 버려진 쓰레기, 한국이나 러시아에서 밀려든 쓰레기가 매년 해안가에 쌓이고 있다. 해안가 쓰레기는 그 특성상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수거하지 않을 경우 해결이 어렵다.
벌써 4년째 실시하고 있는 활동이다. 쓰레기가 밀려드는 해안가로 이동하는데, 거리에는 삼삼오오 모여 쓰레기 줍기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그중에는 해안가 도로의 쓰레기를 줍는 가족들도 보였다. 한 젊은 부부가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두 자녀를 데리고 정화활동을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학생들과의 정화 활동은 보통 두 시간 정도 하는데 바람이 거센 날에는 한 시간 정도에 끝내게 된다. 이번에도 바람이 너무 세서 한시간 정도 줍고 마무리했다. 그렇게 많이 줍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쓰레기를 수거했다. 추운 날씨에 웬 쓰레기 줍기? 같은 소극적인 학생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다.
학생들은 쓰레기 줍기로 끝나는 게 아니다. 소감문도 제출해야 하고, 해양쓰레기를 기말 보고서 주제로 선택한 학생들은 해양쓰레기에 관한 이슈를 하나 선택하여 기술하고 해당 이슈의 해결 방안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도 하고 기말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해양쓰레기 관련 이슈란 '없어도 되는 쓰레기가 왜 밀려오는가?', '쌓인 쓰레기를 왜 아무도 치우지 않는가?', '수거한 쓰레기는 왜 처리가 어려운가?' 등이며, 이미 배포한 자료에 어느 정도 답은 있다.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그 이슈를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각자가 사례조사를 통해 제시하면 된다.
늘어나고 있는 해양 쓰레기를 보면 암울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지에서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알아보게 된다. 해양 쓰레기로 업싸이클을 하는 사례, 해양 쓰레기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례 등을 찾아서 정리하면 된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정화활동과 과제 수행에 참여하는 수강생에게는 쓰레기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며, 또한 쓰레기를 왜 줄여야 하는지, 양심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