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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꾸라지 May 04. 2023

다이어트 위기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한 달여 시간이 지났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한 달여만에 7kg 정도를 '억지'로 감량했으니까 말이다.

3월 말 체중(좌) 4월28일 체중(우)


4월이라 다이어트가 쉽지는 않았다. 다이어트의 원칙은 크게 두 가지, 인풋의 최소화와 아웃풋의 최대화이다. 인풋의 최소화는 1일 1식이다. 1일 1식의 장점은 너무 많다.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시간도 꽤 절약할 수 있다. 공복도 잘 느껴보면 꽤 기분이 좋다. 배가 부른 상태보다 훨씬 느낌이 좋다.


그치만 커지는 식욕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세상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가.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가.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먹고 싶은 걸 못 사 먹을 정도는 아니다.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있는데 '안' 먹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인풋 최소화의 경우 그 한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인지라 활동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연료, 에너지가 필요한데 어느 정도 먹어야 최소한의 에너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하루 사과 하나로 버텼다는 사람, 며칠을 안 먹었다는 사람도 있다. 몸에 무리가 안 가기 위해 어느 정도 안 먹어야 하는지 정확하지 않다.


아웃풋의 최대화는 운동이고, 운동으로 땀을 흘려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려면 날씨가 조금 더워야 하는데 4월은 그렇지 못했다. 땀을 흘리려면 잠바 같이 두꺼운 옷을 껴 입어도 20도가량 돼야 제대로 땀을 흘릴 수 있다. 4월 달의 아오모리는 기온이 높아야 16~17도 정도였다. 그래서 땀을 거의 못 흘렸는데, 어느 정도는 몸무게가 줄어들어 신기했다.


이제 슬슬 땀이 제대로 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제 막 그런 계절이 아오모리에도 도래했다. 그리고 달리기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그런데, 다이어트 위기가 발생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 좋아하는 위스키로

출장 일정이 잡혔다. 한동안 끊고 있던 술도 한 잔 마셔야 했다. 당분간 자리를 비운다는 핑계로 간이 회식 자리도 갖게 됐고 참았던 술도 한 잔. 갑자기 결정된 출장이라 여러 일정 조율에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 패턴도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결정해서 준비한 출장이라 어쩔 수 없지만...

아오모리에서 아침6시 18분 신칸센을 탔다(좌)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길(우)


오랜만에 하네다 공항(좌) 날씨가 좋아 후지산이 선명하게 보였다(우)


서올로 왔다. 다이어트 적들이 더 많아졌다.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국경을 넘으면 먹고 싶은 것도 많다. 표지화면 사진은 어제 일정이 있어 방문했던 홍제동에서 유혹을 참지 못하고 지인과 함께한  분식이다. 집에 먹거리가 적지 않다. 혼자 사는 아오모리 냉장고와 서울 냉장고에는 먹을거리의 종류와 그 양이 다르다. 식사자리도 술자리도 고민된다. 연락을 해야 해 말아야 해...


두 가지 자아가 존재한다.

"출장 기간에는 그냥 즐기고 아오모리 가서 다시 하면 되잖아"

"아냐 출장 기간에도 최대한 절제하고 다이어트를 계속해. 얼마나 힘들게 뺀 몸무게인데"


나는 후자가 맞다고 보지만 또 다른 나는 전자 쪽으로 마음이 동하고 있다.


단언컨대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패턴을 지속하는 것이 아닐까. 다이어트뿐만 아니다. 살다 보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정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계획했던 생활 패턴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이를 위기라고 표현하기는 좀 과장스럽지만 위기라고 표현해 보자. 이런 흔들림,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신념을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의 계획(이번엔 다이어트)과 패턴을 잘 지켜야 한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중심을 쉽게 잃게 된다. 출장으로 인한 다이어트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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