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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꾸라지 May 20. 2023

청와대가 우리집보다 커?

지난 5월 4일 보람이(가명)를 학교에 데려다주며 얘길 나눴다.

"아빠 오늘은 뭐 할 거야?"

"응 오늘은 등산이나 갈까 하고"

이 주는 일본의 골든위크 연휴라 출장 일정을 잡지 않아서, 어디 산에 바람이라도 쐬러 갈 생각이었다.

"청계산 갈 거야? 아빠 맨날 같은 데 가지 말고 다른 산에도 가봐"

벌써 이런 걱정(?)까지 해주다니...@@

"응, 안 그래도 인왕산에 한번 가보려고"

"인왕산?"

"응, 경치가 좋대. 청와대도 보인대. 보람이 청와대 알아?"

"청와대? 높은 탑?"

모르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청와대를 모른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살던 곳이지."

"우와 멋있겠다. 청와대가 우리집보다 커?"

누가 들으면 우리집이 엄청 큰 줄 알겠지...

"당연히 우리집보다 크지"

"나도 살아보고 싶다. 얼마나 커? 저 집보다 커?"

"훨씬 커"

"그럼 저 빌딩보다 커?"

학교 가는 길가에 있는 아무 집이나 빌딩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서 사진을 보여주려고 휴대폰으로 청와대를 검색했다.

"아빠! 걸으면서 휴대폰 하면 어떡해! 나한테는 야단치면서!"

"청와대 보여주려고 했지. 그리고 아빠는 어른이라서 괜찮아"

이렇게 말은 했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애들 앞에선 나도 조심해야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청와대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마침 어린이날 뭘 해야 할지 결정되지 않았는데

어린이날 이벤트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청해서 방문할 수 있다고 뉴스에서 몇 번 들었지만 까다롭고 시간이 걸리는 줄 알았다. 근데 최근 지인으로부터 신청도 쉽고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5월 5일 청와대 방문 예약을 해보니 다행히 예약이 가능했다. 어린이날이 이미 예약이 다 찬 줄 알았는데 가능했다!


관람 신청 승인 메시지(좌)와 청와대 관람 지도(우)


그런데 어린이날 일기예보를 보고 고민이 됐다. 오월치고는 비가 많이 내리고 강풍까지 동반하다고 한다. 그날 점심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사장님이 걱정을 하실 정도였다. 어린이날은 장사대목인데 날씨 때문에 망치게 됐다는 불만이었다. 일기 예보를 자세히 듣지 않았지만 사장님이 걱정할 정도면 비가 제대로 내것 같았다. 나중에 보니 어린이날 비가 많이 내린다는 뉴스 때문에 많은 가족들이 야외 활동 일정을 취소하고, 실내 놀이시설을 선호해서 그런 곳의 입장권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뉴스까지 났었다.


그래봤자 비, 아무리 비가 내려도 우선 청와대 견학을 강행하기로.

어린이날 당일. 비를 맞아도 문제가 안 되게 옷을 입히고 신발이 젖어도 크게 문제가 안 되는 크록스를 신도록 했다. 장화를 신어봤는데 발이 커서 장화가 맞지 않았다. 발도 키도 쑥쑥 자란다. 큰 우산도 챙겼다. 나가기 전에 창밖으로 내다보니 다행히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경복궁역에 내려 청와대로 걸어서 이동. 버스를 탈 수도 있고 걸어갈 수도 있는, 걷기에 딱 좋은 날씨고 그렇게 멀지 않아 걸어서 이동했다. 처음에는 비가 안 내렸는데 도중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12시 방문을 신청했는데, 이 시간대에는 신청자가 많이 없는 것 같았는데 그 사이 신청자가 늘었는지 신청 시간에 상관없이 입장이 가능해서 그런지 관람하는데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청와대 본관 입장. 밖에서만 봐야 하는 줄 알았는데 청와대 안에까지 볼 수 있게 돼 있어 청와대 구석구석까지 볼 수 있었다. 청와대에 어울리는 샹들리에 널찍널찍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 사진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좀 천천히 관람하고 싶었는데 줄을 서서 앞으로 걸어가면서 관람해야 해서 천천히 볼 수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쉬웠다. 아마 어린이날이라 자녀들과 함께 온 관람객이 많았던 게 아닐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내 기억에는 얼마 전까지 정치를 하던 사람들 같은데... 인생무상이다.


TV에서 많이 본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


본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우리나라 지도와 충무실

청와대 내부를 더 돌아볼 수 있었지만 비가 추척추적 내리고 배도 고프고 해서 본관과, 춘추관만 둘러보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마 전까지는 근처에도 갈 수 없었던 역사적인 공간을 직접 둘러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고 특히 어린이날 견학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최근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 관광지 중에서 방문객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이 청와대라고 한다. 한 번쯤 방문해 보기엔 충분의 의미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닐까.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거의 계속 걸으면서 견학해야 해야 하는 점과 설명이 거의 없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곳이 아닐까.   


관람 후 보람이가 말했다.

"우와 청와대 멋있다. 나도 이런 집에 살고 싶다~아빠 대통령 하면 안 돼?"

보람 엄마가 현실을 직시시켜 줬다.

"너네 아빠가  이번 생에 대통령 하는 건 불가능해. 차라리 네가 대통령 되는 게 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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