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꾸라지 Jul 01. 2023

화덕피자 만들기

경험이 중요하다, 고 다들 말한다.

왜?

경험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을 수도 있고 재미없을 수도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다. 적성에 맞을 수도있고 안 맞을 수도...

경험해보지 않고 그 난이도와 적성을 정확하게 알기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게 육아아닐까?


지난 토요일 학생 몇명과 장작 만들기 프로젝트 답사를 다녀왔다. 장작 만들기 프로젝트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여기서 화덕 피자를 만들어볼 수 있었다.


피자를 꽤 좋아한다. 근데 피자란 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별로 생각해 보고 먹은 적은 없다. 와 맛있다! 맛있게 잘 만들었네, 정도 생각하며 먹었다.

이번에 직접 화덕피자를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쉬웠다.

그리고 재밌었다.


재료준비

재료는 직접 준비하지 않았다. 피자 반죽, 피자 토핑, 올리브 오일 등이 필요한데 답사 지역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K선생님이 준비해 주셨다. 미리 반죽해서 하룻밤 발효시켜 가져왔다고 한다. 수제비 반죽 만들듯 만들면 되지 않을까?


화덕 달구기

12시에 피자를 만들 예정인데, 10에 불을 피우자고 한다.

너무 일찍 불을 피우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더니

지금 불을 피워야 2시간 후엔 화덕이 충분히 뜨거워져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구나. 화덕이라도 가마솥이나 냄비에 요리하듯 요리하기 바로 전에 불을 피우면 되는 줄 알았는데 2시간 전에는 불을 피워야 충분히 달궈진다고 한다.

불을 피우는 과정도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장작도 두 가지를 준비해서 을 피우기 시작할 때는 잘 타는 삼나무 장작,

불이 붙고부터는 오래 타는 사과나무 장작.


300도

장작 만들기를 하고 12시에 와보니 화덕 온도가 300도가 돼 있었다.

잘 안 보이겠지만 화덕 온도계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었다.  


올리브 오일 바르기

밀가루를 만지거나 토핑을 올리는 등 손으로 직접 재료를 만져야 하므로 손을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밀가루를 만져야 하기 때문에 손에 올리브 오일을 발랐다. 그랬더니 밀가루가 손에 잘 안 달라붙는다. 다음에 수제비 만들 때도 해봐야겠다. 근데 오일을 바르고 나니 다른 물건을 만지기는 불편했다. 그릇을 만지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할 때는 좀 불편했다.


피자 반죽 펴기

밀가루 뭉탱이를 먼저 손으로 최대한 폈다. 골고루 펴지게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피자 전문가들은 손가락으로 접시 돌리기 하는 것같이 밀가루 반죽을 돌려 골고루 펴지게 한다고 한다.

대충 손으로 둥글게 밀가루를 펴서, 미리 깔아놓은 쿠킹 호일에 놓는다. 그리고 밀가루 반죽이 둥글게 골고루 펴지게 문지른다. 이때 너무 문지르면 구멍이 나고 쿠킹 호일에 오일이 너무 많이 발라져 있으면 잘 펴지지가 않았다. 적당한 모양이 나올 때까지 골고루 폈다.


피자 토핑 올리기

이제 밀가루 반죽이 피자 모양을 하고 있다. 피자는 토핑이 생명이 아닐까. 펴진 반죽 위에 준비해 온 토핑을 올리면 된다. 이날의 기본 소스는 토마토소스였다. 그리고 K선생님이 다양한 토핑을 준비해 주셨다. 토마토소스와 치즈는 기본. 소시지, (반건조) 멸치, 버섯, 양파. 브로콜리... 반건조 멸치는 피자 토핑으로 처음 먹어봤는데 의외로 어울렸다.

그리고 근처에 신선한 야채 파는 곳이 있었는데, 아스파라거스를 한 봉지 사 왔다. 현장에서 칼로 잘라 토핑으로 올려먹었는데 신선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화덕에 넣고 익히기

토핑을 올렸으면 화덕에 넣으면 된다. 화덕에 잘 넣 위한 작은 삽이 필요하다. 삽 위에 토핑을 올린 후 방화 장갑을 끼고 화덕 문을 열어 적당한 자리에 내려놓으면 된다. 피자가 충분히 익었는지 아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에 5분 정도면 익는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피자 반죽의 굵기에 따라 그리고 어떤 토핑이 얼마나 올랐느냐에 따라 시간이 달라져 판별이 쉽지 않았다. 대략 아랫부분이 노릇노릇해지면 꺼냈다.


꺼내서 잘라먹기

이제 밀가반죽과 토핑들이 환골탈태해서 맛있는 피자로 변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먹으면 된다. 갓 구운 피자이고 오전에 노동을 한 뒤라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특히 이구동성으로 한 얘기는 피자의 아랫부분이 아주 빠삭빠삭하게 구워졌다는 것이다. 오븐이나 다른 기구로는 이렇게 안 구워진다고. 8장 정도 피자반죽을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 마지막 피자 반죽은 그냥 빵으로 만들었다.




피자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고 재밌었다. 토핑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맘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맘껏 올린 피자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화덕을 설치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븐형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사 먹는 것 편리하고 맛지만 가끔 온 정성을 들여 직접 피자를 만들어 자.



매거진의 이전글 타임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