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마라톤을 준비 중이다. 다음 주 월요일 12km 마라톤에 출전하기로 했다. 풀코스에 비해 소박한 거리지만 처음 출전하는 경기라 설레기도 하고 여러 가지가 걱정도 든다. 마라톤 코스를 달려본 적이 없고 준비 시간도 길지 않다 보니 과연 12km 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 어떤 장비를 준비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평소 달리기는 조금씩 해 왔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을 하다 보니 12km는 어떻게든 완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생겼다. 컨디션에 따라 어떤 날은 5km, 어떤 날은 7.5km, 어떤 날은 10km를 달리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실제로 12km를 직접 달려 완주해보긴 했는데, 밤에 혼자 12km를 달린다는 게 재밌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완주에 대한 자신감은 얻었다.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러닝 시간을 조금 단축시켜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지금까지는 5km를 달리든 10km를 달리든 약 시속 10km 페이스였다. 2.5km마다 시간을 체크하는데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다.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조금 더 빨리 달려보고 싶었지만 욕심이었다. 그래서 그냥 완주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다른 한 가지 고민은 어떤 장비를 준비해야 하는가였다. 갖춰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집 근처에서 달리기를 할 때는 그야말로 아주 편한 복장에 평소 신던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해왔다. 다음 주 월요일은 그래도 명색이 마라톤 대회인데 평소 차림으로 달리기엔 조금 신경이 쓰였다. 러닝에 필요한 장비를 찾아보니 러닝화, 러닝웨어, 러닝밴드, 러닝모자, 러닝양말 등 꽤 많은 장비가 필요했으며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12km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구색을 다 갖추기에는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러닝화와 러닝 밴드를 하나씩 구입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다양한 러닝화를 추천하고 있었다. 한 블로그에서 HOKA라는 러닝화를 적극 추천하고 있어, 아마존에서 검색해 보니 13,000엔 정도에 판매하고 있었다. 주문 버튼을 누를까 생각하다가 시간이 되면 대형 스포츠 용품 판매점으로 직접 한번 가보고 싶었다. 혹시 몰라 먼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마침! 마라톤 대회 참가자를 위한 러닝화 추천 유튜브를 방영하고 있었다. 가을이라 여기저기서 마라톤 대회가 많이 열리는데, 나 같은 초보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 유튜브 같았다.
마라톤 전문가가 직접 러닝화를 추천해 주는 내용이었다. 전문가가 추천하고 있는 제품은 '아식스 Gel-Kayano30(19,800엔)', 'Gel-Cumulus25(14,300엔)', 그리고 뉴발란스 'FuelCell Propel v4(12,100엔)' 등의 러닝화였다. 추천하는 러닝화의 특징은 뛰어난 쿠션과 안정감 그리고 반응 기능이었으며 처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강추한다고. 특히 뉴발란스는 마라톤 전문가 자신도 평소 신고 달린다며 적극 추천하고 있었다.
해서 뉴발란스를 아마존에서 검색해 보니 8,470엔에 판매하고 있었다. 소개해준 Xebio라는 스포츠 용품점을 방문해서 직접 신어 보고 구입을 결정하고 싶었지만 시간도 없고 인터넷이 싸고 해서 바로 구매했다. 이틀 전에 마침내 러닝화가 도착했다. 신어봤더니 잘 구입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렇게 푹신푹신하고 가볍고 편하다니! 바로 달려보고 싶었지만 그날은 비가 내려 땅이 젖어 있었고 언제 다시 비가 쏟아질지 몰라 그냥 원래 신발을 신고 달렸다. 조금 달리다 보니 비가 쏟아져 신발이 다 젖어버렸다. 새신을 안 신어 다행이었다. 어제는 종일 날씨가 맑았고 평소 달리던 길도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새 러닝화를 신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달려 그런지 몸이 제법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실제 다 달리고 나서 보니 평소 보다 시간이 꽤 줄어있었다. 지금까지 달리기 속도는 대략 시속 10km 이하였다. 이는 5km를 달리든, 7.5km를 달리든, 10km를 달리든 크게 변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번 12km 마라톤 코스는 1시간 15분 안에만 통과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근데, 어제 러닝화를 바꿔 신고 달렸더니 시속이 달라진 것이다. 결과를 보니 시속 11.2km로 달린 셈이다. 1시간 15분 안에 달릴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어제처럼만 속도가 나와준다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러닝화 바꾸길 정말 잘 했다.
시속 9.8km, 1km/ 6분 6초 페이스(우)에서 새 러닝화 기록은 시속 11.2km로 1km/5분 18초 페이스(좌)로 바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