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아사무시 수족관(浅虫水族館)으로 향했다. 수족관을 가기 위해서는 아사무시온천(浅虫温泉)을 지나야 한다. 아사무시는 아오모리 시내에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온천지역이며 일본에서도 꽤 알려진 관광지. 여기 여관, 호텔에서는 무츠만(むつ湾)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고, 무츠만에서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 또한 유명하다. 한때는 잘 나가던 아사무시 온천이지만 현재는 손님이 많이 줄어 폐업한 온천도 꽤 보이고 활기가 없어 보인다.
아사무시 온천에서 바라본 무츠만, 아오모리 시내, 그리고 멀리 이와키 산
숙소에서 아사무시수족관까지는 약 30분 거리. 40년이나 된 오래된 수족관이지만 신기한 물고기도 많고 아오모리에서는 꽤 알려진 관광지. 그리고 구경할 수 있는 물고기 종류도 다양하고 전시, 교육 프로그램도 괜찮다고 들었다.
이 수족관에는 아오모리 앞바다인 무츠만에서 잡히는 물고기들도 전시 돼 있었는데, 그런 물고기 중에서 지역에서 요리로 사용되는 물고기는 수조 바로 위에 요리도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지역 친화 수족관? 11시 30분부터 돌고래쇼가 있다고 해서 관람했다. 크게 기대를 안 하고 보게 됐는데 상당히 훈련을 많이 받은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펭귄, 바다사자 등을 관람하고 수족관을 빠져나왔다. 수족관 마지막은 한국처럼 기념품 가게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밖으로 연결돼 있었다. 여기서도 들어갈 때 입구에 기념품 가게가 보여, 마지막 출구는 이 기념품 가게로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결국 입구로 다시 들어가서 기념품을 구입했다.
수조에 든 볼락과 볼락으로 만든 지역 요리가 수조 위에 전시돼 있다
아오모리는 가리비를 처음 양식한 곳이고 가리비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아사무시 온천에서 오는 길에 가리비 광장(ホタテ広場)이 있다. 여기는 가리비와 가리비 관련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2층에는 작은 가리비 박물관처럼 가리비를 어떻게 키우는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보람이가 안을 슬쩍 둘러보더니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나와서 아오모리 시내로 향했다. 시내로 가능 중에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미치노구셰이크아이스크림 가게(みちのく シェーク)가있다. 이 가게에는 아주 허름해 보이지만 100종류 이상의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간에 들러 셰이크와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이때 날씨가 정말 더워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었다.
시내로 가던 중에 쇼핑센터에 잠깐 들렀다. 시마무라(しまむら)라는 중저가 쇼핑몰(옷가게)인데 내가 가끔 가는 곳이라 한번 데려가봤다. 역시 이런 곳을 좋아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옷구경. 다음 일정을 생각해서 옷가지를 몇 개 사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일본에서 보람이의 희망 메뉴 중에 하나가 회전초밥. 초밥 체인점인 쿠라스시(くら寿司)라는 가게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근데 자기가 가자고 했지만 초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계란찜 같은차완무시(茶碗蒸し)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역시 초등학생. 그리고 이 체인점에서는 접시 다섯 개를 모으면 그 접시로 뽑기를 한번 할 수 있다. 접시가 어느 정도 모이자 보람이가 뽑기를 시도했다. 네 번 정도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꽝꽝꽝꽝. 그래도 정말 신나보였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산로드아오모리(サンロード青森) 쇼핑센터로 갔다. 여기는 쇼핑, 식사, 영화관람도 가능하고 뽑기 오락실도 있다. 여기도 뽑기 오락기계가 꽤 많은 곳이다. 여기서도 세 명이 뽑기를 했지만 엄마가 열쇠고리 하나를 뽑는데 그쳤다. 일본 뽑기는 보람이에게 맞지 않나 보다. 본인도 인색한 오락기계에 적잖게 실망한 모습이었다. 오락실 옆에 있는 나리타서점(成田本店)에 들러 책도 구경하고 학용품도 몇 개 구입했다. 구경할 게 꽤 있는 쇼핑센터지만 네부타를 구경하기 위해 시내로 가기로 했다.
드디어 대망의 아오모리네부타(青森ねぶた) 구경. 네부타 축제는 네부타(큰 전등차)와 각 네부타 참가 기관의 행렬이 시내를 돌며 퍼레이드를 펼친다고 보면 된다. 매년 8월2일부터 8월7일까지 진행된다. 일본의 그 많은 지역 축제 중에서도 네부타는 특히 유명하다. 네부타 축제가 시작하기 약 1시간 전부터 차량의 시내 진입이 통제된다. 그래서 네부타를 보기 위해서는 미리 시내로 가서 주차를 해야 한다. 관건은 어디에 주차를 하느냐이다. 나도 차를 가지고 네부타 구경을 간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차로 오는 사람들도 많아서 시내에는 주차할 곳이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네부타를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4시 넘어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 우선 시내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다행히 시내 곳곳에는 아직 주차 가능한 곳이 보였다. 네부타를 구경할 수 있는 곳과 가까운 아오모리역(青森駅) 빌딩 주차장에 주차 가능이라고 해서 얼른 주차를 했다. 그러고 보니 주차비가 다른 곳보다 좀 많이 비쌌다. 역 건물이라 같은 건물에 있는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면 2시간 정도 주차비가 할인된다고 한다. 그래서 네부타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역 쇼핑센터, Lavina에서 한국에 가져갈 선물 등을 구입하고 할인을 받았다.
A'Factory(왼쪽)와 네부타의 집 와랏세(ワラッセ)(우)(출처:아오모리관광정보사이트)
그리고도 시간이 좀 남아 아오모리 시내의 쇼핑명소 A'Factory로 갔다. 여기는 사과의 고장 아오모리의 대표적인 쇼핑 공간이다. 사과로 된 온갖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아오모리에서는 비교적 세련된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근에 바닷가, 아오모리역도 있고, 네부타 전시관인 와랏세(ワラッセ)도있어 찾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네부타 기간이라 사람들이 꽤 붐볐다. 입구부터 각종 상품이나 선물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있고, 안 쪽으로 가면 카페라든지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푸드코트 형태로 있다. 네부타 기간이라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마침 한 테이블 손님들이 일어서길래 얼른 자리를 잡고 아이스크림과 생수를 사 와서 휴식을 취했다.
네부타 축제는 7시에 시작. 6시 30분쯤 네부타 현장으로 이동했다. 벌써 온 시내는 축제 분위기. 길거리에는 간이 포장마차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내놓고 있었으며,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네부타 의상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물론 평소보다 사람도 많아 지나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네부타를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관람석을 구입해야 한다. 여행사들이 관람석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작년부터 고급 관람석은 천만 원(한 세트, 6명 정도 앉아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구성)에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나는 관람석을 구입하기보다 돌아다니면서 적당히 보기로 했다. 관람석 가격이 최소한 몇 만 원은 하고, 보람이가 얼마나 좋아할지도 미지수였다. 그래서 적당하게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네부타가 퍼레이드를 펼치는 곳으로 나아갔다.
가는 중에 보니 같은 숙소에 거주하는 S선생님이 교차로에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관람석을 구입하는 방법 외에, 당일 오후 3시나 4시부터 간이 의자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가, 교통이 통제되는 시간에 얼른 교차로의 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이 있다. 교차로 근처 자리는 네부타를 구경하기 위해 꽤 좋은 자리지만 시간이 너무 걸려 나는 포기했었다. S선생님은 가족들과 지인들이 온다고 하여,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기다려서 명당을 6석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에 맞춰오기로 했던 지인 부부가 도착하지 않았다며 우리 가족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었다.
이 자리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명당. 작은 교차로 앞에 자리하고 있어 아주 생생하게 네부타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다. 처음에 미안해서 사양했는데, 안 앉으면 자기도 처치곤란하다고 해서 감사히 앉았다. 보람이와 엄마가 간이 의자에 앉고 나는 바로 옆 화단에 살짝 걸터앉았다. 7시 축포를 시작으로 네부타 행진이 시작됐다. 두둥두둥~! 23 단체의 다양한 네부타 행진이 이어졌다. 보람이가 제일 신나 했으며 악기 장단에 맞춰 행진하는 사람들이 외치는 구호(랏! 세~라~, 랏! 세~라~, 랏세랏세, 랏세라~!)를 계속 소리질러, 목이 상할까 봐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앉은자리가 교차로여서 네부타가 회전을 자주 하는 곳인데, 이때 네부타가 우리가 앉은 좌석까지 밀려올까 걱정될 정도였으며, 박진감을 넘어 스릴이 느껴질 정도의 순간들도 많았다. 나도 몇 번 네부타를 구경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자리가 최고의 명당자리였다.
네부타가 9시에 끝나고 집으로 향했다. 아오모리는 교통정체가 거의 없는데 이날은 역시 차가 막혀 집에 오는 데까지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S선생님 덕분에 제대로 네부타를 구경했기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선물로 와인을 한 병 구입했다. S선생님 방에 들러 선물도 드리고 다른 손님들과 함께 늦게까지 술과 얘기를 나눴다.
8/4
이날은 좀 천천히 일어났다. 아빠 학교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갔다. 캠프스를 잠깐 돌아보고 서울 출장을 준비 중이어서 필요한 작업을 조금 했다. 점심시간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 곤치킨 (konkitchen)이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곳은 오므라이스가 유명한데,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게 이쁘게 나온다. 오므라이스와 파스타로 점심을 먹었다.
다음 행선지로 쇼핑센터를 선택했다. 몇몇 후보지를 말했지만 가까운 관광거리(観光通り) 쇼핑센터에 가보기로 했다. 이 구역은 이도요 오카도(イトーヨーカドー ), 대형 오락실,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등이 있었다. 먼저 이도요 오카도를 둘러보고 쇼핑을 했다. 보람이가 이런 곳은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대형 게임센터로 향했다. 이곳은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인데, 아이들 때문에 아오모리 뽑기 오락실에 정통한 지인에 의하면, 여기 뽑기가 아오모리에서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했다. 오락실이 안 보여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조금 구석에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뽑기가 만만치 않았다. 여기는 10엔(100원) 짜리 뽑기도 있었는데 그마저 쉽지 않았다. 뽑기 오락실에서 기분을 망치고 근처 돈키호테로 갔다. 돈키호테는 신기한 물건들이 많아 금세 기분이 좋아지는 초3.
그렇게 하다 보니 오후 3시 정도 됐다. 아오모리 왔으니 데려가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그중에 두 곳이 아오모리현립미술관(青森県立美術館)과 산나이마루야마 유적(三内丸山遺跡)이다. 보람이는 두 군데 다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미술을 좋아하고 배우고 있어 아빠가 그렇게 원한다면 미술관에는 따라가 주겠다는 통 큰 양보를 했다. 그렇게 해서 시내에서 아오모리현립미술관으로 이동. 날씨가 정말 더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피난하듯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은 입구가 조금 헷갈리게 돼 있었다. 다행히 잘 찾아 티켓을 구입해서 들어가 보니 미술관 구조가 좀 특이했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보람이었는데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나라 요시도모(奈良美智) 특별전을 보더니 신나서 이래저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의 심벌 같은 전시물이 있는데 바로 아오모리 견(あおもり犬)이다. 알고 보니 이 아오모리 견의 작가가 바로 나라 요시도모였다. 아오모리 견은 미술관 본관 건물 밖의 특별 공간에 전시돼 있었는데 밖으로 나와 5분 이상 걸어야 했다. 이날은 너무 더워 밖에 나가는 게 힘들었는데, 계단을 오르내려서 찾아가는 구조여서 금세 등에 땀이 났다. 그래도 다행히 아오모리 견이 서 있는 곳은 그늘이어서 천천히 구경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미술관 기념품점으로 가서 둘러보고 기념품을 구입하고 미술관을 나섰다.
보람이 기념사진과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우) (출처: 아오모리관광정보사이트)
미술관 바로바로 옆에는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지가 있다. 이 유적지는 아오모리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며 2021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최근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여기도 한번 데려가보고 싶었는데, 이런데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 여기 가면 쇼핑할 거리가 있다고 해서 잠깐 내려 기념품 가게만 들러보기로 했다. 기념품 가게만 둘러보았는데 보람이가 사고 싶은 물건과 아빠가 사줄 수 있는 물건이 일치하지 않아 여기서는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입구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집으로 향했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아오모리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마지막 저녁은 고엔(焼肉五苑)이라는 갈비집(야키니쿠)이다. 가끔 가는 곳이고 일본 갈빗집 중에 가성비가 좋은 곳이다. 한국에서 손님이 왔을 때 한번 데려간 적이 있는데 소고기를 이렇게 싸게, 그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으면 매일 가고 싶다고. 보람이도 고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여기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향했다. 근데 일본 사람들과 얘기하면 한국 갈빗집이 훨씬 싸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8/5
저녁에 짐을 정리해서 다음날 아침에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택시를 불러 신아오모리역(新青森駅)으로 향했다. 신아오리역이 큰 편은 아니지만 1층에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여기에도 데려가고 싶은 식당이 있었는데 식당 앞에 도착하니 벌써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네부타 축제 기간이라서 손님이 많아져 그렇다. 나는 신칸센 표를 받으러 갔다. 어른은 인터넷으로 구매가 가능했는데, 어린이 표는 할인표라 예매는 가능했지만 구매가 안 됐다. 창구에서 직접 구매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시스템은 일본이 참 구리다. 예약한 표를 찾으러 갔는데 생각보다 줄이 길다. 5분이면 될 줄 알았는데, 20분은 기다려 표를 구매했다. 얼른 1층으로 내려가서 식사를 했다. 주문하라고 했던 가이센동, 해물덥밥(海鮮丼)과 고등어구이(鯖焼き), 그리고 가리비 구이(焼き ホタテ)가 나와 있었다. 아오모리 하면 해산물. 특히 이 가게의 고등어 구이가 일품이다. 그리고 아오모리에서 유명한 가리비 구이도 맛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아오모리에서 일정을 마치고 신칸센을 타고 동경으로 향했다. 그냥 아오모리에서 이틀을 더 보내도 되는데, 보람이와 보람 엄마는 동경도 꼭 가보고 싶다고. 동경은 덥고 비싸고 복잡하고... 그래도 가보고 싶다고 하니 할 수 없없다. 정말 덥기는 했지만 동경에서도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보람이한테 아오모리가 얼마나 기억에 남을지, 뭐가 제일 기억에 남을지도 궁금하다. 나중에 동경이 좋았는지 아오모리가 좋았는지 물어봤더니, 쉽게 답을 못했다. 당연히 동경을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오모리도 나름 괜찮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