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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꾸라지 Nov 21. 2023

점심은 나무와 먹습니다

아오모리에 와서 처음엔 외식을 했다. 보통 학교 근처의 식당에서 주로 사 먹었다. 학교 근처 식당이라 해봐야 손에 꼽 정도로 제한적이다. 그래도 학교 식당은 잘 안 갔는데, 짜고 양도 너무 많고 가격도 싼 편이 아니어서 거의 외부 식당을 이용했다. 외식은 돈도 좀 들고 양도 많아, 건강을 생각해서 작년부터는 가능하면 도시락을 싸 다니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싸다니다가 요즘처럼 바쁘면 그냥 식당을 이용하게 된다. 최근엔 학교 식당도 가끔 이용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학교 식당 업체가 바꼈는데, 음식 메뉴가 달라졌고 양도 적당해졌고 맛도 짜지 않아 먹을만해졌다. 특히 코로나 이후 학교에서 지원해 줘 "오늘의 점심"메뉴는 200엔!(약 2000원)에 판매하고 있어 가끔 이용하고 있다.


교내 식당이다 보니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한다. 12시 10분부터 1시까지가 학생들 점심시간인데, 이때 가면 줄도 서야하고 많은 학생들과 마주치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교내 식당을 이용할 때는 식당이 시작하는 11시부터 12시 사이에 식사를 마치려 한다.  


식사는 보통 혼밥을 하게 된다. 다들 수업시간도 식사 시간도 다르고, 도시락을 싸 다니는 사람도 많아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혼밥을 하는 분위기다. 여기는 교직원들도 학생들도 혼밥이 흔하고 편해 보인다. 나도 외지에 오래 살다 보니 혼밥을 곧잘 하는 편인데 처음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건 조금 어색했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익숙해졌다. 특히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부담이 없다. 그렇게 창밖을 보며 혼밥을 하 보니 뜻밖의 친구가 생겼다.


식당 창밖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커다란 나무.


나무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나무를 참 좋아하는 편인데, 특히 크고 오래된 나무를 보면 영험함이 느끼질 때도 있다. 오래전에 사주를 봤을 때 나는 나무(木) 사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그래서 그런지 요즘 식사할 때는 나무와 얘기도 나눈다.


밥 한술 뜨고,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묻는다.

나무야 너는 몇 살이야?

나도 몰라


다시 한술 뜨고 묻는다.

친구 있어?

하늘, 구름, 바람


다시 한술 뜨고 묻는다.

나 어떻게 살면 돼?

나처럼 살아

...

...

...

그러다 보면 식사가 끝난다.




2018년 12월. 과거 사진을 보니 이때도 누군가 나무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있다. 이 사람도 나무와 대화 중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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