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시한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꾸라지 Jan 13. 2024

눈이 쳐들어온다


눈이 쳐들어 온다

창문이 깨지지 않게 창문을 막아라


눈이 쳐들어온다 

정원이 망가지기 전에 나무들을 꽁꽁 싸매라


눈이 쳐들어온다

집을 삼키기 전에 벽을 세워라


눈이 쳐들어온다

눈구덩이에 빠지지 않게 스노타이어로 바꿔라


눈이 쳐들어온다

눈에 파묻히지 않게 빗자루와 눈을 퍼낼 수 있는 눈삽을 준비해라


눈이 쳐들어 온다

길에서 얼어붙지 않게 장화와 옷가지를 가져와라


눈이 쳐들어온다

눈 덮인 도로를 뚫어낼 수 있는 불도저를 준비시켜라


눈이 쳐들어온다

눈이 시커멓게 보이지 않게 마음을 다잡아라


눈이 쳐들어온다

눈지옥이 되기 전에 쌓인 눈을 계속 치워라



눈이 쳐들어오는 12월 중순 경, 눈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시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위의 글을 대충 적어놓고 좀 고쳐보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글이 되지 않아 그냥 이렇게 브런치스토리로 게시하고자 한다.


겨울은 지옥이에요

눈구덩이에 왜 왔어요?

눈이 시커멓게 보였어요


아오모리에서 실제 들은, 사람들의 눈에 대한 인식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의 아오모리 겨울을 겪다 보니, 이해가 간다.


아래 사진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눈을 대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 아래는 눈이 많이 내린 상황을 담은 사진이다. 


아오모리에서는 보통 12월부터 눈이 줄기차게 내린다. 특히 1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눈이 내린다. 이번 겨울의 경우 다행히 나는 2023년 12월 14일부터 서울에 와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눈의 거의 안 내렸다고 한다. 뉴스를 보니 평년의 13% 정도... 기후변화가 정말 심화되고 있나 보다....


하지만 어제오늘은 눈이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일이면 다시 아오모리, 설국으로 돌아간다...




눈이 내리기 전에 정말 단단히 눈채비를 한다.





설국의 풍경




매거진의 이전글 눈(雪)의 눈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