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나라와 설국, 같은 말인데 눈나라는 우리말인 한글이고 설국은 한자를 한글로 표기한 단어다. 어떤 단어가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이미지에 걸맞을까? 전자인 눈나라가 아닐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라의 설국. 우리나라에서는 설국으로 번역되고 있다. 직역하자면 일본에서는 유키쿠니, 눈나라이다.
이 설국은 그 지역이 그만큼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내가 사는 지역 아오모리야말로 눈나라이다. 실제 인구 3만 이상이 사는 도시 중에 강설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처음에 설국과 눈나라의 차이점을 생각하다 일본 사람들은 왜 눈나라라고 부를까 생각해 봤다.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음독이 있고 훈독이 있는데, 음독은 한자를 소리대로 읽는 것이고 훈독은 한자에 고유어(의미)를 매치시켜 읽는 방법이다.
눈'설'(雪) 자는 '설'이라도 읽고 때로는 '눈'으로도 읽는다. 나라'국(國)'같은 경우 '국'자로도 읽고 '나라'로 읽기도 한다. 雪國을 우리는 '설국'으로만 읽지만 일본은 유키쿠니(눈나라)로 읽는 것이다. 어떻게 읽는 것이 그 의미가 잘 전달될까? 아마 고유어를 사용하는 게 그 의미를 풍성하게 하지 않을까. 즉 설국보다 눈나라가 왠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나타내는 느낌이다.
내가 사는 곳의 지명 아오모리도 그렇다. 내가 명함을 주거나 하면 한자를 아는 사람들은 '청림'이라는 곳에서 오셨군요,라고 아오모리를 청림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직역을 해보자면 이곳은 아오모리, 즉 푸른 숲이다. 청림보다, 푸른 숲이 훨씬 의미를 잘 보여주지 않을까... 물론 소설 설국을 이제 와서 눈나라로 번역한다면 조금 어색하게 들릴 것이다. 그만큼 설국이 우리 귀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한자를 한글로만 표기하면 잘 이해가 안 되고 오히려 한자로 표기했을 때 의미가 잘 전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요즘도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한자를 공부하게 하고 있다. 한자를 제대로 알면 화학이라든지 과학용어의 개념을 파악하는데 수월하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한글과 한자는 각각 장점이 있다. 한글을 잘 사용하되 한자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아래 사진은 우연히 발견한 한자와 한글을 센스 있게 활용한 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