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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점심 때우기

by 미꾸라지

6월 12일(수) 일상 스케치.

오랜만에 동경 출장.

일정이 조금 빠듯해서 점심을 안 먹을 예정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식사를 안 할 수 있음 안 하고 싶다. 몸에 무리가 안 되는 정도로 굶고 싶다. 하지만 쉽지 않다. 나같이 식욕 충전이 삶의 에너지인 사람이 한 끼를 거른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먹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이상한 고정관념 같은 게 무의식 중에 뇌리에 박혀있는 듯하다. 그래서 언제부터 인가 한 끼 정도 어쩔 수 없이 굶을 수 있으면 감사히 굶으려고 한다.


이날도 감사히 한 끼정도 굶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목적지가 있는 동경 니시카사이 역에 내리니 15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점심을 굶기 위해 평소보다 든든하게 아침까지 먹고 나왔는데, 좀 여유가 생기니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자아가 고개를 든다. 맥도널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안 보였다. 빵집이 있었지만 왠지 당기지 않았다. 우동 집이 보였다. 마루케메라고 꽤 유명한 전국 체인점이고 가끔 즐겨 먹는 우동집이다. 10분에 먹을 수 있을지 좀 애매했고,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어야 해서 시간도 좀 걸릴 거 같고 몸도 더워질 거 같아 포기했다. 음식점이 많았지만 점심시간이라 잘 못 들어갔다가는 음식 나오는데 10분 20분은 걸릴 거 같아 그냥 안 먹기로 했다.


그래 그냥 굶자. 오늘 굶기로 했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목적지까지 걸어서 약 20분. 역을 출발하자마자 왼쪽에 규동(소고기덮밥) 체인점이 보였다. 이런. 내가 가끔 즐겨 찾는 스키야(SUKIYA)다. 소기를 좋아하는데 형편상 거의 못 먹는다. 그래서 가끔 찾는 소고기덮밥 체인점이 SUKIYA이다. 이곳이라면 10분 만에 충분히 해치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맛도 나쁘지 않다. 주문도 개인 키오스크로 바로 할 수 있고 주문하면 바로 나온다. 주문하면 정말 빨리 나와 몇 번 시간을 체크해 봤는데, 보통 규동의 경우 30초에서 40초 사이에 나왔다.

그래 규동을 먹자는 생각에 가게로 돌진했다. 시간이 없으니 메뉴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기본 규동을 선택해서 주문 버턴을 신속하게 눌렀다. 480엔, 약 오천 원. 이 정도면 가격도 합리적이다. 스키야에서 다른 메뉴도 몇 번 시도해 봤었는데 개인적으로 보통 규동이 가격대비 가장 합리적이라, 언제부턴가 거의 보통 규동만 시킨다. 역시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주문한 규동이 나왔다. 조금 빨리 먹었다. 여기 규동은 항상 밥이 좀 많은 느낌이다. 한 체인점에 갔을 때 밥 양만 '소'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런 곳이 많지는 않다. 여기 SUKIYA도 그랬다. 그래서 밥은 조금 남겼다. 그렇게 먹고 계산까지 끝냈는데도, 채 10분이 안 걸렸다. 예정에 없었던 점심 한 끼를 10분 만에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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