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난다는 증거이니까
어릴 적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버티던 아이였다.
마음이 아파도, 억울해도, 두려워도 울면 약해 보일까 봐 꼭 참고 싶었다.
눈물이 목까지 차올라도 끝내 삼켜버리면, 목소리와 몸이 파르르 떨리곤 했다.
그렇게 참아낸 눈물은 마음속 어딘가에 차갑게 웅크린 채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눈물을 참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심지어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눈물이 불쑥 찾아온다.
노을이 번지는 하늘을 볼 때 처음 만난 누군가가 건네는 짧은 위로의 말 한마디에
혹은 오래전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이 문득 스치듯 지나갈 때
그럴 땐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자주 흘려서일까
나는 눈물이 흐르는 방식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혹은 ‘눈물이 흐른다’라는 말보다
‘눈물이 녹는다’는 표현을 더 좋아하게 됐다.
눈물이 녹는다는 건 슬픔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오래도록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던 마음 한 조각이
서서히 풀려나고 있다는 신호다.
나를 꽉 죄던 감정이 부드럽게 흘러나와
숨을 깊이 들이마실 수 있게 되는 순간
가슴속에서 뭉쳐 있던 응어리 같은 매듭이 느슨해지고
그 틈으로 따뜻한 공기가 스며든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내 안의 온도를 다시 느낀다.
눈물이 녹을 때,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울고 있는 나를 탓하기보다
“그럴 수 있지” 하고 다독여줄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울지 않는 것이 강한 거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눈물이 흘러도 괜찮다고
오히려 그 눈물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눈물이 녹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고
내 안의 얼음이 풀려나 다시 흐르게 되는 귀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기다린다.
내 안의 눈물이 천천히, 그리고 다정하게 녹아내리는 그 순간을.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다시 살아난다는 증거이니까.
글/그림 휘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