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또 다른 다정함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나인 듯
나만의 슬픔에 취해 스스로를 가두곤 했다.
그 방은 늘 닫혀 있었고, 안으로 들어온 빛은 금세 사라졌다.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한 공기와 눅눅하게 젖은 벽 사이에서
나는 내 마음을 더 깊이 움켜쥐며 살아갔다.
아무것도 아닌 듯 지나가야 할 일조차
내게는 끝없는 파도처럼 몰려와 가슴을 덮쳤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조차도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다.
연민은 나를 위로하는 듯했지만
결국 나를 더 깊은 고립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더더욱 나 자신 안으로 숨어들었고
그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도 나를 건져내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알게 되었다.
자기 연민은 꼭 버려야 할 감정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나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신호였고
내가 내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조용한 외침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상처의 모양을 알게 된다.
내 마음에 난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오래된 것이었다.
아직 굳지 않은 살갗처럼 작은 자극에도 쉽게 베이고
사소한 말에도 금세 피가 배어 나오던 그런 상처였다.
그 상처를 가장 먼저 알아차려야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 상처에 손을 내밀어 덮어주는 일도
결국 나만이 할 수 있는 몫이었다.
자기 연민의 방은 처음엔 나를 가두는 감옥 같았다.
하지만 곱씹어 보니, 그 방은 나를 보호하는 또 다른 쉼터였다.
그곳에서 울고, 그곳에서 나를 불쌍히 여기며
나는 비로소 내 감정을 솔직히 바라볼 수 있었다.
억지로 외면하지 않고, 애써 강한 척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곳은 내가 처음으로 나에게 다정해진 공간이었다.
연민은 무섭다.
그 속에 오래 머무르면 끝없이 자신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연민은 동시에 다정하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안아주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통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다정함을 배운 뒤에야
나는 조금씩 나를 미워하는 일을 멈출 수 있었다.
자기 연민은 나를 약하게만 만드는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안에 아직도 상처받고 울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 증거이고
그 아이를 안아주는 법을 배우라는
삶의 조용한 요청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알게 되었다.
자기 연민의 방은 결코 버려야 할 곳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을 배운 자리였다는 것을.
그 방을 지나온 나는 이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다정해진 나로 살아가고 있다.
글/그림 휘야야 https://www.instagram.com/hwiya_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