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내가 싫을 때

“그래, 오늘도 나를 미워하고 싶구나.”

by 휘야야 HWIYAYA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가 너무 미워지는 날.

괜히 거울을 보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고,
지난 선택들이 죄다 후회로만 느껴진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괜히 상처받고, 그 상처를 곱씹으며
“왜 나는 늘 이 모양일까” 하는 자책이 밀려온다.

그럴 때의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이미 내 안에서 재판이 끝난 죄인이다.
작은 실수에도 마음속 판결문에는 늘 ‘유죄’라고 적혀 있다.

머리로는 안다.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나 역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하지만 마음은 좀처럼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상처 준 일, 놓쳐버린 기회, 후회스러운 말 한마디가
밤마다 다시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그때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 마음은 끝없는 늪으로 빠져든다.


예전의 나는 그 감정을 피하려 했다.
억지로 바쁜 척을 하고, 괜히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하지만 결국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리 달아나도 그 감정은 나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래서 나는 그 감정과 마주하기로 했다.

미움이 차오를 때마다 그 마음을 억누르기보다

그냥 조용히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그래, 오늘도 나를 미워하고 싶구나.”

그 과정을 거치며 나는 깨달았다.

스스로를 미워하는 감정 속에는 사실 ‘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숨어 있다는 것을.

나는 결국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토록 나를 괴롭혀왔던 것이다.


그래서 내 작업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LOVE YOURSELF가 되었다.

제발 스스로를 그만 자해했으면 해서였다.

제발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사랑했으면 해서였다.

그림을 그리며 나는 나에게 최면을 건다.

“괜찮아, 너는 지금 이대로 충분해.”

이 최면이 언젠가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도 닿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나처럼 자기 자신을 미워하며 버티고 있다면,

그에게 작은 숨구멍이라도 되어주기를.

물론 아직 영향력이라고 할 것도 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과정이 결국 나를 살게 한다는 것을.


미치도록 내가 싫은 날에도 끝까지 나를 버리지 않는 연습.

나에겐 그것이 그림이고, 글이다.

그것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나만의 방식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모든 미움이 다 녹아내린 자리에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사람이 남길 바란다.
그 사랑은 결국 내가 나를 또 누군가를 살게 하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




글/그림 휘야야 https://www.instagram.com/hwiya_jin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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